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해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바람, 따뜻한 기후를 바탕으로 친환경 아열대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온도와 주변 환경이 식품에 고스란히 담길 수 있는 온화한 기후와 양질의 토지도 갖고 있어 품질에 있어서도 단연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해남 배추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자라서 아삭하고 단맛이 나며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다. 이제는 먹거리 시장에서도 가족의 건강을 우선하는 품질 좋은 재료를 선택해서 조리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좋은 식품의 재료가 생산되고 있는 해남에서 선호도가 높은 배추로 김치를 담가 우리 식탁에서 함께 하는 한 우리 가족의 건강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즉석요리가 발달했지만 아직도 각종 젓갈류에서부터 된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이 식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겨울을 지내기 위한 김장은 배추김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가을걷이 후에 대부분 가정에서 연례행사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해남은 절임배추의 특산지로 명성을 얻어 왔지만 김치를 담기 위한 복잡한 재료 준비와 양념을 만들어 비벼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가정주부들이 힘들어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절임배추의 소비가 줄고 있다. 줄고 있는 절임배추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김치를 생산해 판매하는 일이다. 최상의 배추를 이용하여 절임뿐만 아니라 해남김치의 브랜드화 작업이 필요하다. 대량생산으로 대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김장철에 외지인의 방문체험을 통하여 농촌마을의 특색있는 해남김치를 함께 버무려 김장해서 간다면 추억 여행지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김장철에 맞추어 김장 체험마을을 모집하고 군에서 일자별로 체험일자를 홍보하여 마을과 체험 희망자를 매칭시켜준다면 해남김치가 빠르게 전국 브랜드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치는 한식의 기본으로 조상대대로 내려온 재래간장, 발효효소의 대명사인 재래된장 그리고 주방의 초항아리에서 발효되어 음식의 신맛을 더해주는 식초와 함께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최고의 식품이다. 긴 겨울 동안 우리 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를 김치를 통하여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가정에서 담가 먹는 김치보다 비닐봉투에 포장되어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브랜드 김치에 맛들여 있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김치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시어져 맛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데 비해 집에서 담가 먹는 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묵은지 맛이 살아 있다. 그 이유를 보면 집에서 담가 먹는 김치는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천연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발효를 어렵게 생각하고 김치 담그는 작업도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식탁을 건강하게 꾸밀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 김치라고 한다면 한번쯤은 관심을 갖고 김치 담그는 일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김치의 표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지만 김치의 재료인 배추의 상태와 기후조건 절임방법 등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레시피를 통한 표준화 맛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입한 양념의 품질과 젓갈의 숙성도에 따라 매년 맛이 달라 정확한 레시피를 만들어 내기가 여간 어렵지만 그래도 김치가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발효음식을 만들려면 어떤 비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어려워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발효식품은 철저한 화학적 살균, 정확한 온도관리, 재료배합 등 전문지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우리 밥상에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는 바로 절임을 가장 잘 활용한 우리 민족 고유의 식품으로 해남이 우리나라의 김치의 본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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