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 (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채 한 달도 남지 않게 다가온 2024년은 상서롭다는 푸른 용, 청룡의 해다. 백룡, 적룡, 황룡 등 많은 색의 용이 있지만 청룡은 우리가 가장 좋아한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벌써 78회째이며 청룡영화상은 44년째 이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다. 프로야구도 초기에 청룡팀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다가올 청룡의 해에는 상서로운 일만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년 이맘때면 많은 사람의 필독서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코리아 2024'라는 책을 들었다. 며칠 전 지인의 사무실에 갓 배달된 이 책을, 새 책을 사 줄 테니 양보하라고 반강제적으로 들고 왔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가 영어투성이고 용어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

인공지능 서비스 챗 GPT에게 2024년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인지 물었더니 지속가능한 소비, 디지털경험 강화, 건강과 웰빙 관심 증대, 맞춤형 제품과 개인화, 로컬 및 지역적인 경험 강조, 포스트 팬데믹 트렌드, 소셜미디어 쇼핑 확대, 로봇 및 자동화 기술 도입 등 8대 키워드가 나왔다 한다. 올 가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쌀 몇 포대를 팔아 본 경험과 필요한 물품을 사 본 경험이 있는지라 소셜미디어 쇼핑 확대는 관심이 가는 키워드다. 로컬 및 지역적인 경험 강조도 관심이 간다. 땅끝해남에서 농사를 지어 경제활동을 하는 귀농인 입장에서는 이 두 키워드가 관심사인 것이다. 요즈음 농사가 1차 산업인 생산에 그치지 않고 생산, 가공, 유통, 관광 등 6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소비 트렌드를 따라 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은 2024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보여준다. 이 중에 개인적인 관심사는 분초사회, 육각형인간, 도파밍, 디토소비 등이다. 분초사회는 '시간이 돈이다'라 대변된다. 신문의 트렌드가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더 나아가 '넘기는 신문'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하다 보니 '비주얼 편집'으로 바뀌었다. 컬러 사진과 낚시처럼 미끼를 던지는 듯한 제목이 넘기는 독자의 눈을 붙잡기 시작했다. 이제 TV를 시청하면서 신문을 넘기고,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시간의 가성비'를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희소자원이라는 것이다.

육각형 인간은 외모, 성격, 집안, 직업, 자산, 학력이 육각형을 꽉 채울 때 완벽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육각형 인간을 부러워하고 육각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이러한 노력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완벽주의자의 불행과 마찬가지다.

도파밍은 새롭고 재미난 일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게임에서 수확물을 모으는 것을 뜻하는 파밍(farming)을 결합한 용어다. 재미있는 일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소비행태란다.

디토소비는 '마찬가지'라는 뜻의 'ditto'에서 파생된 용어로, 자신의 취향 또는 가치관과 비슷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이끌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라 한다.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했던 모방 소비를 벗어나 자신과 외형이나 취향이 비슷한 대상의 소비를 추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물의 소비가 거창한 트렌드를 형성하는지는 의문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체험이나 관광을 결합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는 우리 지역에서도 한번쯤은 심심풀이 하듯 소비성향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전문적으로 관광을 고민하는 부서와 기관에서도 고민해 봐야 할 키워드는 챙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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