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 (교사)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있다.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일본어로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장기간 외출도 하지 않고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거의 없이 생활하며, 자신의 방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에 빠져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도 한다.

일본 후생성은 스스로 자신을 사회와 격리시키는 이러한 증상을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한다. 다양한 상담과 체험 프로그램, 정신과 치료 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병리현상의 원인으로는 극심한 경쟁 사회에 대한 두려움, 학교나 회사에서 느끼는 고립감, 집단따돌림이나 괴롭힘의 경험, 가족 간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 지나친 부모 의존으로 자립성을 키우지 못한 경우, 심각한 자신감의 결여로 인한 자해적 심리상태 등을 꼽는다. 주로 일본 상황을 두고 분석된 것들이지만 그 원인이 한국 사회도 만연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증상을 살펴보면, 6개월에서 심하게는 10년 넘게 외출도 하지 않고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거의 없이 생활한다. 방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빠져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인 공포심과 경계심이 강하며, 자기 망상으로 치달아 불특정 타인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또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해 인간성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현상은 주로 청소년층에서 발현되는데, 치료가 되지 못하고 중장년까지 이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이라고 별다를까? 심하면 심하지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이 단지 외적 생활문제일뿐일까? 필자의 생각으론 더 심각한 상황은 정신 측면이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소위 빠돌이 문화로 일컬어지는 팬덤문화는 히키코모리가 아닐까? 자기들만의 우상이나 세계에 갇혀 다른 무엇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 확대 생산되는 혐오와 저주는 이미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자기들만의 리그'를 보라, 기득권이 보여주는 부끄러움을 상실한 범죄적 일상들, 강자들의 독식과 오만함, 99%를 가진 1%가 1%를 가진 99%를 착취하고 짓밟는 음습한 자본주의 속성들은 히키코모리 반대편에 자리 잡은 뿔 달린 히키코모리 현상은 아닐까? 그들의 웃음 뒤에 슬쩍슬쩍 비치는 음모와 협잡과 파괴 같은 것들, 사기와 범죄 같은 것들, 경쟁과 약탈 같은 것들, 인정되지 않는 것을 누리는 그 비열함에서 오는 불안한 만족감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라. 은둔형 패배자가 히키코모리라면 그들 또한 뿔 달린 히키코모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두 히키코모리 무리는 우리 세상을 좀비들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팬덤들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기득권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찬 히키코모리들로 득실득실한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면, 한 번쯤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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