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달력은 숨 가쁘다. 국군의날을 시작으로 노인의 날, 개천절, 한글날, 체육의 날, 지방자치의 날 등 각종 기념일로 빼곡하다.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도 봇물 터진 듯하다. 올해는 추석 명절의 후광으로 개천절(3일)까지 이어지는 6일의 연휴 기간에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이했다. 인터넷에서는 2년 후인 2025년의 10월이 벌써 얘깃거리로 떠오른다. 그해는 금요일인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 5~7일 추석 연휴, 8일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로 이어진다. 직장인들이 금요일인 10일에 휴가를 내면 10일간을 추석 연휴로 보낸다고 한다. 10월 한 달의 절반 가까이 쉬는 셈이다. 사실 내년 추석(9월 17일·화요일)도 5일 연휴이니 그리 서운하지만은 않다.

가쁜 숨을 내쉬며 달려온 가을의 한복판 10월이 저물어간다. 덩달아 가을도 깊어간다. 해남의 드넓은 들녘에선 가을걷이가,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가 막바지로 치닫는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듯이 부드러운 가을 햇볕에서 누리는 여유로움이 나들이를 재촉한다. 가을을 일컫는 한자 추(秋)는 벼(禾)가 햇볕(火)에 무르익어간 데서 태생했다.

지난 10일 96세의 일기로 타계한 김남조 시인은 가을 햇볕을 이렇게 노래했다.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들꽃이 되고 바람 속에 몸을 푸는/갈숲도 되네/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경향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지난 주말 이틀 일정으로 땅끝 해남을 찾았다. 해남은 난생처음이거나 오랜만의 방문이다. 첫날 송지의 땅끝전망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에 이어 둘째 날 문내의 우수영관광지, 법정스님 생가(마을도서관)와 황산의 공룡박물관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해남에 이토록 뛰어난 관광지와 자연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아름다운 자연과 시설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깝다. 더 알려야 하지 않느냐." 일행에서 한결같이 쏟아진 반응이자 주문이다.

그렇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관광문화자원을 갖춰도 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야 그 가치가 빛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진흙 속 진주도 진흙에 지나지 않는다. 금의야행(錦衣夜行·비단옷 입고 밤길 걷는다)이란 고사성어도 있다. 일찍이 2220년 전의 초나라 항우는 '자기 피알(PR)'의 중요성을 간파한 모양이다. 이젠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관광객이 즐기도록 해야 한다.

10월의 끝자락에 섰다.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8일),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24일)을 떠나보내고 어느덧 겨울 문턱이라는 입동(立冬·11월 8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 땅끝에도 단품의 소식이 들린다. 설악산, 무등산을 지나 두륜산에도 모레(29일)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11월 11일이면 절정에 이른다. 기후변화 탓인지 예년보다 다소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다음 달 3일부터 사흘간 두륜산 도립공원 일원에서 해남미남(味米南)축제가 열린다. 국화와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늦가을 땅끝을 물들이는 미남축제가 해남을 제대로 알리는 전령사가 되길 기대한다. 이참에 해남이라는 구슬을 보배로 엮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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