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호 (북일면주민자치회장)

"몰론 라베(Molon labe)"

전쟁 영화의 불후의 명작이라는 '300'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외침이다. 그리스어로 "와서 가져가!"라는 말로 "우리는 항복하지 않아!"의 뜻이다. 그리스 정복에 나섰다가 올림픽 마라톤의 전설을 만들고 패퇴한 페르시아 다리우스 왕의 아들 크세르크세스 왕이 다시 그리스를 정복하려 나서면서 무기를 모두 넘기고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스파르타에 통보하자 스파르타의 지도자 레오니다스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페르시아의 십만이 넘는 대군에 맞서 정예병 300명을 끌고 테르모필레 전장에 나가서 싸우다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서 나라를 잃고 싶지 않겠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임진왜란 때 싸우지도 않고 도망친 조선의 장수들과 대비된다. 이 전쟁에서 물론 페르시아는 승리했고, 스파르타 군은 전멸했지만, 힘을 너무 많이 쓴 후유증으로 페르시아는 그리스 살레르모 해전에서 대패했다. 누군가의 큰 희생으로 그리스 반도는 평화를 되찾고 번영의 길로 들어섰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가 압승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강서구 전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했다. 아마도 앞으로의 선거에서 서울 경기의 모든 지역이 이러하리라. 지역 구청장 선거에 대통령 핫라인이 등장하고, 사면 복권이 등장하고, 야당 대표 구속영장이 등장한 요란한 선거였다. 여야 할 것 없이 올인한 선거에서 승패가 갈린 후, 자기 반성 없이 "지x하네"로 공방전을 하는 황당한 모습이 여당이다. 소위 수박들의 이상한 커밍아웃이 야당에 시작됐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쉽고도 낡은 장사인 이념 대결을 부추기고, 반대파를 검찰의 힘으로 숙청하여 일본처럼 일당의 장기 집권을 획책하려는 윤 정부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에 편승하여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라는 협박이 난무했다. 대통령이 친히 점지하여 내려보낸 후보를 위해서 야당은 항복하라는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나서는 지도자가 나타나, "와서 가져가!" 하고 싸우겠다니 좀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VIP실은 취급했다. 이번 강서 전투로 윤 정부는 내년 서울 경기 전투에서 이미 대패의 길로 들어갔다. 아무도 강서의 패전 소식을 VIP에 전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VIP 실은 해외쇼핑 중이고 서부 전선은 이상했다.

윤석렬 왕조를 국민이 뽑았나? 누구도 국민의힘 당이나 주변 극우 언론들이 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제대로 못 봤다. 원래 극과 극은 통한다던가. 강압적 통치 스타일이 극좌의 독재 스타일이다. 검찰 등 각종 권력 기관을 이용하여 자기 편들 때까지 각종 제재를 가하며 민주적인 체하는 극우 스타일이 더 위험하다. 윤 정부 들어 아예 대놓고 대통령 빽만 믿고 설치는 안하무인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이 모두 지켜보는 청문회장에서 도망가버리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장관 되겠다고 난리 친 장면도 나왔다.

우리 주변에도 뭘 그만두면 다 덮어 준다고 협박하거나, 무릎 꿇으라고 강박 하는 일이 많다. 이에 "몰론 라베"를 외치기는 일반인들로서는 참으로 힘들다. 그래도 버텨낼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삶이 함부로 누군가에게 저당 잡히지 않는다. 자기희생으로 감히 모두의 행복을 찾는 이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허언으로 흥한 자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 주변엔 윤 정부처럼 죽이기만 하는 정치를 닮은 사람들이 많다. 이를 그대로 두지 말고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맞서 싸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언제, 누군가에게 "몰론 라베!"를 외칠까.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