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 (해남읍)

 

시골 고추잠자리

날아라 날아라 고추잠자리 하늘 높이
날아올라 평화로운 시골 세상을 보라
시골집 마당 멍석 위에 빨간 고추 널리고
콩깍지 알알 톡톡 튕기는 것을 보라
 

바람 타고 구름 가르다가 초가집 용마루
끄트머리에 앉아 곡식 영글어 가는 들판을 보라
비단결 날개 접었다 폈다 바람 위에 띄우고
이웃집 담장 사이로 익어가는 가을하늘을 보라
 

참새 쫓는 들판의 허수아비 휘젓는 손짓 보면서
이슬 머금고 고개 숙인 황금 벼 이삭을 보라
두 팔 벌린 허수아비 험상궂은 얼굴에 놀라
하늘 높이 쫓겨 허둥대는 참새들을 보라
 

옛고향 추억 알알이 영글어 가는 내 고향 시골
정이 넘쳐 흐르고 사랑 넘친 마을 풍경을 보라
고추잠자리 맑은 눈망울 이리저리 굴려 가며
시골 들녘의 풍요로운 아름다운 가을 세상을 보라
 

허리 구부러진 우리 어머니 마당 멍석 이탈한
곡식 낟알 줍느라 땀 흘리는 그 소박한 모습을 보라
꼬마 어린이 손에 쥔 잠자리채 휘둘림을 바람 타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희망 잃지 않는 어린아이의
해맑고 순진한 얼굴을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라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열매가 익어 간다
열매 익는 소리에
마음도 익어가고
편안함도 익어 간다
가을이 오면
하루 이틀 지날수록
몸과 마음 영글어
흡족하고
내 가슴 속 생각까지
익어 간다
가을이 오면
사랑과 행복까지
빨간 사과와 함께
알차게 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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