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 (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올해 추석 명절은 이례적으로 긴 연휴였다. 대부분의 동네 귀향객들을 들판에서 만났다. 모처럼 손이 많으니 어울려서 마늘을 놓은 후, 노모는 마음 편하게 자식들과 함께 추석 명절을 보냈을 거다. 명절 연휴가 끝난 지금은 노모만 덩그러니 남았다. 농촌의 일상회복이다.

남편은 눈을 감고 시트에 깊이 기대어 있다. 몹시 피곤한 모양이다. 라디오 시사방송 앵커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최근의 핫한 뉴스 중 하나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대해서 피력하고 있었다.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라 대충 흘려들었다. 그는 임면권자와 후보자의 국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일이라며 말을 정리했는데 너무나 흔한 '자세와 태도'라는 어구에 이상하게 유난히 끌렸다.

지금 우리 지역 해남의 곳곳은 부지깽이도 한몫한다는 농번기, 가을 농번기이다. 송지면의 다른 농가들처럼 남편도 어렵사리 구한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려 배추 정식이 끝나자마자 마늘을 심어야 한다. 그렇지만 항상 일손이 문제다.

필자가 농사를 떠난 20년 전만 해도 마을 안에서 어지간한 규모의 농사는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다.

일손 부족은 농민들이 농사 일정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농민들이 의존하는 다른 하나는 하늘, 즉 날씨다. 오죽하면 농사는 날씨와 동업이라고 하겠는가?

더군다나 일손을 구해놨는데 비라도 내리면 큰일이라 농사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 예보를 살핀다. 그런데 요즘은 예보와 다르게 큰비는 아니어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 잦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늘밭 비닐멀칭을 하러 가려고 준비한 며칠 전 그날도 그랬다. 남편은 급하게 날씨 예보를 살피더니 그간 없던 비 예보가 갑자기 있다며 끌탕을 하더니 그래도 아주 소량이라며 일을 강행했다. 그러나 멀칭을 하는 동안 빗방울이 세지자 이렇게 비닐멀칭을 하면 마늘 놓기가 더 번거롭다며 그냥 하던 일을 마쳤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살구나무, 벚나무, 돈나무 등이 때 이르게 단풍이 들었다. 나무병원에 의뢰해보니 응애와 진딧물이 원인이라고 해서 올해 처음으로 방제작업을 했다. 나무병원 관계자는 내년에는 더 심할 거라며 기후위기가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이미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다방면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의 인간환경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도 커다란 위기 상황인데도 작은 위협에 익숙해져서 기후위기를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할까 두렵다.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하는 삶은 인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데도 선택으로 인식될까 두렵다.

더군다나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고 나무 등을 많이 심어 탄소흡수를 늘려야 가능한 탄소중립이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홍보되는 것을 경계한다. '쓰레기도 돈이 된다', '태양광도 돈이 된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 자원순환을 해야 하는 이유가 교육되고 공유되고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교육되고 공유되어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버릇처럼 익숙해져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

자본의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기후위기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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