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우리나라의 조류는 500여 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 온 텃새와 번식을 위해 찾아오는 여름철새, 월동을 위해 찾아오는 겨울철새, 철새들이 다른 나라로 이동 중에 우리나라 갯벌 등에서 잠시 먹이활동을 하는 나그네새가 있다. 태풍 등으로 길 잃은 새인 미조도 관찰되고 있다. 이 많은 새 중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와 해남의 인연은 2009년 황새공원 건립 공모사업부터 이어진다. 계곡면 일원에 황새공원을 만들겠다고 공모사업에 응모했지만 충남 예산에 고배를 마셨던 것이다.

주로 겨울철새로 인식됐던 황새의 텃새복원 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에서 제4회 전국 황새모니터링 교류회에 열렸다. 전국 각지의 황새 모니터링 조사자 30여 명이 참가했다. 해남 조사자 자격으로 참가해 타 지역의 사례발표를 듣고 전국적인 황새 소식을 공유했다.

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튼 평택 지역의 황새 번식시도 사례와 고창군의 첫 번식사례가 인상적이다. 두 곳 모두 민간부문에서 모니터링과 둥지탑 모금운동 등을 펼친 것이 인상적이다. 평택은 비록 번식은 실패했지만 주민들이 자생조직을 만들어 둥지탑을 만들기 위해 모금운동을 했으며 설치한 둥지탑을 평택시에 기증했다. 평택시도 문화예술과의 소관 업무인 천연기념물 관리라는 기존의 행정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환경정책과가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등 민간의 활동에 화답했다 한다. 사실 황새, 저어새, 독수리 등 천연기념물에 등록된 새들을 관리하는 부서가 환경 관련부서가 아니라 문화재팀 등 문화재 관리부서라는 사실을 아는 지역민들이 많지 않다.

2019년 문화재청이 공모를 통해 청주시, 김해시, 서산시, 고창군, 해남군을 방사장 설치 지자체로 선정했다. 2022년 9월 말 청주시는 방사장을 완공하고 황새 한 쌍을 입식했다. 천연기념물 황새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 청주시, 김해시, 서산시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황새 한 쌍씩 이송, 입식했다. 협약에 따라 사육, 적응훈련, 자연방사 등 황새의 안정적인 보호와 서식지 개선을 위해 협력키로 한 것이다.

해남군은 방사장 입지선정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로 둥지탑으로 선회했다는 소식이다. 수천만 원의 방사장 건립 대신 수백만 원의 둥지탑 설치로 바뀐 것이다. 결국 소리소문없이 해남읍 내사리와 마산면 학의리에 각각 둥지탑을 설치했다고 알려졌다.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들이 2018년 8월, 9월 해남을 찾은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해남황새네트워크'의 확인 결과다.

황새 방사장과 둥지탑의 차이는 이렇다. 방사장의 경우 사전에 입식한 황새 한 쌍을 키워 적응 과정을 거쳐 방사하면 인근에 세워진 둥지탑에서 번식할 확률이 높다. 둥지탑은 자칫 까치집이 될 가능성이 많다. 방사장이 지역에 더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황새가 번식하게 되면 인근 논에서 생산한 나락은 황새와 관련된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예산은 '금쪽같은 황새 쌀'이라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결국 농업 브랜드와 관광자원화가 가능하다. 백로와 황새도 구분하지 못하는 수많은 지역민들 틈에서 황새에 집착하는 이유다.

황새와 경남 창녕의 따오기가 조류에 대한 복원사업이라면 국립공원공단의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 포유류에 대한 복원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거버넌스'는 민관협력, 민관협치라 한다. 행정이 못하는 일을 민간이 보강해 줄 수 있다. 현장 모니터링을 하는 부족한 인력을 열정과 관심으로 무장한 민간조직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공유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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