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 주최 신재생에너지 1차 토론회
해남군도 내달부터 5회 심포지엄 계획
수익만 추구한 나쁜 태양광발전 없애고
환경과 조화 이루는 '착한 해남형' 제시

해남군농민회가 주최·주관해 '신재생에너지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신재생에너지 토론회가 지난 22일 해남군의회 1층 주민소통실에서 열렸다.
해남군농민회가 주최·주관해 '신재생에너지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신재생에너지 토론회가 지난 22일 해남군의회 1층 주민소통실에서 열렸다.

지난 22일 열린 신재생에너지 토론회는 폭염·가뭄·폭우 등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안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농지까지 침범하며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농지 태양광에는 많은 이견이 제시됐다.

이날 수평형 패널이 아닌 수직형 패널로 지금보다 적은 면적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등 자연과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고 주민 수용성을 높여 지역주민들과 화합하는 방식의 착한 태양광 발전 방식과 유휴지나 건물 위 등 농지를 침범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사업을 할 수 있는 곳에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RE100 산업단지에 연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따르며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주민들이 발전에 따른 더 높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집적화단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이견이 좁혀지진 못했다.

다만 그동안 막연하고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찬·반 의견이 한자리에서 논의되고 군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으며, 앞으로도 공론의 장이 계속될 예정이어서 꽉 막혔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남군농민회는 태양광발전사업 추진에 따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지난 22일 '신재생에너지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입지갈 등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무진 농민회장은 "기후위기로 화석연료 외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전환시대를 맞고 있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몇몇 사업자가 이익만을 추구하고 공동체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남기려고 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공기, 바람, 태양 등 공적인 자원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만큼 수익 또한 인류가 공동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곡물자급률이 19.6%에 불과하는 등 절대농지가 부족한 상황으로, 더 이상 태양광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 적어 농지만 남았다"며 "식량안보를 위한 절대농지를 훼손해 에너지 생산을 위한 땅으로 바꾸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균형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해광 서남해환경센터장이 해남형 태양광발전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한해광 서남해환경센터장이 해남형 태양광발전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해광 서남해환경센터장이 '해남형 태양광발전으로 가는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으며, 김현택 해남군청 경제산업과장이 '신재생에너지와 산업벨트 RE100'을 주제로, 정거섭 해남군농민회 산이면지회장은 '주민의 삶과 태양광 집적화단지'를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발표 후에는 발제자와 토론자, 청중 등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참석자 토론' 시간이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한해광 센터장은 해남군의 태양광발전 현주소, 국외 태양광발전 사례, 태양광 발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제언 등의 순서로 이야기했다.

한 센터장은 "해남은 2004년 태양광발전이 시작됐으며 바닷가, 습지, 산지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에 개발이 이뤄졌다"며 "발전설비 설치를 위해서는 입지요건 검토, 주민 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발전(전기) 사업 허가, 개발행위 허가, 전력계통 연계 신청, 사용전 검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절차 중 일부를 누락하다 보니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과 서식지 모두를 훼손하거나, 주민들을 각개 격파해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지역민을 무시하는 사업자 등은 나쁜 태양광 발전이다"며 "반대로 자연과 서식지 훼손을 하지 않는 발전, 지역민과 화합하며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설계 등의 착한 태양광발전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해남형 태양광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집적화단지, 미래성장 동력

▲김현택 경제산업과장이 신재생에너지와 산업벨트 RE100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현택 경제산업과장이 신재생에너지와 산업벨트 RE100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현택 과장은 해남군이 RE100 산업단지와 부동지구 태양광 집적화단지 추진에 나선 이유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과장은 "RE100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외 415개 기업이, 국내에서는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3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데이터센터도 현재 수도권에 88개, 비수도권에 59개 있는데 수도권에 83개, 비수도권에 27개가 계획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1224개가 접수되고 있다"며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대규모 산업을 유치하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부동지구 태양광집적화단지는 328만평 부지에 1조7840억원(민간투자)을 투입해 1GW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으로 기업도시 RE100 산업단지에 30만평에는 40㎿ 데이터센터 25기를, 20만평에는 데이터센터 연계 IT·AI 등 연계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김 과장은 "윤석열 정부의 전남 지역공약 1호가 전남지역 인근 염해농지 430만평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벨트를 조성하는 것이며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사용토록 해 수도권 과밀화를 막는 분산에너지 특별법,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에 입지할 경우 시설부담금을 50% 할인해 주는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며 "태양광 집적화단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는 등 농촌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으로 지역소멸위기에 대응하고 주민참여와 햇빛 자원 공유를 통한 에너지 주권 확립으로 지속가능한 해남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군은 이에 대한 군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오는 9월부터 5차례의 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다.

농지 말고 건물 위·유휴지에

반면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반대 주민들은 간척농지를 조성할 때는 농가에 농지를 나눠주겠다고 해놓고 기업도시, 해군기지, 대규모 농어업회사 등으로 우량농지 절반을 빼앗아 갔다며 생계가 달린 농지를 또다시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거섭 산이면농민회장이 주민의 삶과 태양광 집적화단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거섭 산이면농민회장이 주민의 삶과 태양광 집적화단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정거섭 산이면농민회장은 "2013년 농지면적은 200만5000㏊에 달했지만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50만㏊의 농지가 사라져 지난해 152만㏊ 수준으로 줄었다"며 "농업진흥지역 해제와 농지전용으로 인한 농지소멸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농지가 2017~2021년 사이 각종 개발 목적으로 수용됐음을 의미하며 2012~2021년 사이 전남에선 약 2만706㏊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전용한 농지면적은 1만342㏊로 집계됐고 전남이 2138㏊로 전북에 이어 가장 많았다"며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0년 49.3%에서 2021년 44.4%로 감소했고 정부는 2027년까지 55.5%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식량주권의 기반인 농지는 더욱 보전해야 하며 농지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농지에 태양광 발전은 농사짓는 젊은이들을 농촌에서 떠나게 하고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이익집단의 농촌사회에 대한 폭력이다"며 "공공기관을 비롯한 창고와 축사, 주택 지붕, 산업단지, 유휴지 등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있는 만큼 이곳에 대한 조사와 함께 군민이 참여하는 해남형 에너지자립협동조합에 대해 준비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집적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RE100 산업단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의 발표에 이어 해남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를 대표해 민화식 전 해남군수가 발언 기회를 얻어 태양광발전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만큼 해남군민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 태양광 길 터줘야

민 전 군수는 "100㎾ 태양광발전시설을 하면 월 100만원의 소득을 연금식으로 받을 수 있다"며 "군내 2300여 태양광발전시설 중 80% 이상이 외지인들로 해남군민들이 100㎾ 시설을 할 수 있도록 주민발의로 제기된 조례를 개정하는 등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기존 태양광 발전시설의 패널을 교체할 때 받아야 하는 공작물 설치에 해당하는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최초 개발행위 허가 당시 규정으로 소급해 적용해달라며 해남군 군계획조례 개정안을 주민발의로 청구했으며 현재 해남군의회에서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해남군에 5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주민이 100㎾ 이내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100m 이내로 완화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 전 군수는 "조례가 개정되면 이미 개발된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를 재활용하고 전기생산 효율도 높일 수 있어 농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식량자급률도 중요한 만큼 건물 위, 축사 위, 유휴지, 한계농지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토론에서는 고천암지역에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주민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과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는 간척사업으로 생태계가 수많은 변화를 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부동지구는 현재도 농사를 잘 짓고 있어 염해농지가 아닌 우량농지다며 한계농지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이 가능하도록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무진 농민회장은 "오늘 자리가 서로 간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태양광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계속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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