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대학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이 'LK-99'라는 물질의 상온(常溫)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카이브'라는 온라인 논문 사이트에 올려놓았을 뿐인데도 관련 주식이 급등하고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LK-99가 가능하다면 에너지 산업에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의 온도와 압력에서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세상을 통째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물리학을 끌어들이자면 물질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유 전자의 흐름인 전류는 도체 내부의 원자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흐름을 방해하는 충돌이 바로 전기 저항이다. 구리는 저항이 상대적으로 작아 전선으로 많이 쓰인다. 반면 니크롬(니켈과 크롬의 합금)은 저항이 크기 때문에 다리미, 드라이기 등 열을 만들어내는 전기제품에 활용된다. 도체가 굵으면 자유 전자가 통과하는 단위 면적이 넓어 그만큼 충돌도 줄어들면서 전기 저항이 작아진다. 전기가 흐르는 선이 길수록 저항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인 도체는 저항을 받아 전기가 손실되는데 초전도체는 손실률이 제로이다.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전기 유통비용도 없어져 전기료가 떨어질 것이고 자기부상 전철, 스마트폰 배터리 성능 향상, 양자컴퓨터 등 경제와 산업에 일대 혁신이 이뤄지게 된다.

에너지는 물리학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여러 에너지 가운데 전기에너지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 바람, 물과 같은 자연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게 바로 신재생에너지이다. 기존 수력발전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조력, 조류, 지열, 바이오매스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게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발전은 햇빛이 특정 물질에 닿으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광전효과 원리이다. 광전효과는 아인슈타인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준 기반이기도 하다.

태양광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의 상징이다. 우리나라 자연조건이 태양광발전에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고 있다. 특히 해남은 태양광발전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전기를 생산하는 패널이 들판이나 임야에 널려 있다. 논밭이나 창고, 축사 지붕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고 알려지면서 태양광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해남에서는 지난해 50명이 10억 원의 계약금을 날리기도 했다.

태양광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이라는 이점에도 경관을 훼손하거나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농지를 잠식하며 갈등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이면 부동지구 328만평에 추진 중인 집적화단지가 대표적이다.

해남에서 줄곧 표출됐던 태양광발전에 따른 문제를 두고 처음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런 자리가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더라도 공론의 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해남군도 태양광발전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찬반이 갈리는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는 게 참된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비단 태양광발전뿐 아니라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는 지역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힘을 모으는 해남이 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