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7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다. 전기사용량을 살펴보니, 작년 대비 157Kw를 덜 사용했다. 전기압력밥솥에서 밥을 보온하지 않았고, 빨래는 모아서 했으며,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은 에너지와 물 사용을 절제하도록 유도하는 탄소포인트제에 100% 가입했으니 모든 가구가 관리비 고지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전기와 수도 사용량을 살펴볼 것이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기후가 바뀌고 있다. 가뭄과 이상저온, 이상고온, 폭염, 폭설, 폭우, 산불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현상이 이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인 기후위기의 시대(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로 우리를 몰아가는 현실이 탄소중립의 일상화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탄소중립의 사전적 의미는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여 실질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일'이다. 주요 온실가스로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로 이용되는 수소불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그리고 수증기 등이 있다. 그중 이산화탄소는 1750년 산업혁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기 중에 20~30년을 머무른다.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오늘부터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삶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산업혁명 이전보다 확실히 더 풍요롭고 편리해졌는데 탄소중립의 삶을 살면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일상에서 탄소중립은 불편함이 편리함을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승강기를 타고 가는 것과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다회용기와 일회용기 사용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개인으로서 우리는 탄소중립하기 위하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수없이 세뇌를 해야 한다. 편리함은 가랑비에 옷 젖든 스며들어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의식을 지배하는데 불편함을 생활화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잠깐의 정전도 허용할 수 없는 생활이다. 만약, 폭염이 지속되는 날에 정전이 되면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 정수기는 물론 전기로 운영되는 승강기도 작동을 멈춰 뜨거운 섬에 갇히게 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에너지는 참 고마운 물질이다.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 경쟁과 개발의 논리가 아닌 공정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에너지 자립 아파트, 에너지 자립군, 시 등 지역중심의 에너지 자립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지만 고갈의 위기에 처해 있어 재생에너지가 주목을 받는다. 태양광, 태양력, 풍력, 지력 등의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해남군도 '솔라시도' 기업도시를 계획하면서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22일, 갈등 주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신재생에너지 토론회는 유익한 자리였다. 이런 토론의 장이 자주 마련되어 의견을 조율하면서 훌륭한 대안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들에게 새만금 간척과 수라갯벌을 다룬 다큐멘터리 '수라'의 공동 관람 후 토론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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