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옥(시인)

어둠의 자식들이 죄를 잉태하자
사악한 새끼들이 태어났다
그것들은 은폐된 곳에서 숨죽여 자라다가
사람들이 한눈 판 사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길 한복판에선, 키들거리며 비아냥대는 소리
퉤퉤 가래침 뱉는 소리
구두 발길질 소리가 넘쳐났다
주둥이만 열만 나오는 시커먼 거짓말과
돌아서면 자기 말도 바로 부정하는
날리면 그만인 철면피한 망각의 후예들

그때부터였다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시큼한 음식 냄새
빵부스러기 가득 물고 술 취해 찍찍대는 쥐새끼들
어디서 매캐한 연기 같은 소문을 타고
사체 몇 마리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무당은 쇠가죽을 벗기고 굿판을 벌였다
발정 난 계집과 사내는 백주대낮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바탕 홀레 붙었다

부끄러움은 돼지들이나 느끼는 것
우리 같은 신의 자식에겐 해당 없는 일
아픔이니 고통이니는 개들이나 느끼는 것
맘껏 짓밟는 자유는 오롯이 우리의 것
징징징징 괭괭괭괭∼

성경에서 가장 무도한 왕 아합*은
큰 음녀 이세벨과 혼인하여
그녀의 준동으로 바알숭배자가 되었다
그들은 신전을 짓고 우상을 섬겼으며
선지자들을 핍박하고 살해했다

이세벨은 남의 포도밭을 뺏기 위해
밭주인을 재판에 넘겼으며
사람들로 거짓증언을 하게 하여
그를 죽이고 포도밭을 빼앗았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우리는 예언이 이루어짐을 안다
이세벨은 창밖에 내던져져 죽임을 당했고
아합은 병사가 쏜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열왕기상 16:29∼34
김여옥 시인은 화산에서 태어나 1991년 문예사조에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로 등단했다. '자유문학' 편집장과 발행인, '월간문학'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제자리 되찾기' '너에게 사로잡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등을 펴냈다. 10여 년의 충남 귀촌생활 마치고 고향 해남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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