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뉴스를 보면서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어차피 2년 전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제 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역민들도 많았다. 그 부끄러운 뉴스를 틀어막겠다고 나선 이의 뉴스 또한 부끄럽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보내 줄 적임자라는 것이니 국민이 부끄러워 할 일을 사전에 갈무리해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장악의 수순이라는 비판에도 자신들의 순서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날리면' 대통령 사태 이후 전용기 탑승 거부로 이어지는 사태 또한 부끄러움 그 자체였다. 한때 국민 듣기평가를 거쳐야 하니 국민들이 얼마나 x팔렸겠냐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많았다. 방송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해봤으니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친 정권 노조가 내부 목소리를 내주면 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전북 새만금간척지에서 벌어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사태는 억지로 만들어 낸 K-팝 덕택에 서울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이 역시 국민들은 부끄러움으로 낯이 뜨겁다. 하필 간척지에서 개최하다가 일어난 일이니 대형 간척지를 갖고 있는 해남의 관심은 피할 수 없는 뉴스다. 자칫 '간척지의 역습'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의 '우문현답'이라는 건배사처럼 작은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자들은 첫째도 현장, 둘째도 현장이다. 준비부족과 안일한 대응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공감능력 부족으로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환하기 싫지만 강원도 군복무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사령관의 부대 방문이 예정돼 빗자루를 들고 사역을 나갔다. 비포장도로를 평탄하고 빗질로 깨끗하게 정리했다. 얼마 후 지프가 통과했다. 부대 주임상사가 선탑하고 점검에 나선 것이다. 부대원들은 타이어 자국을 없애기 위해 빗질을 해댔다. 얼마 후 점검에 나선 사령부 간부 지프가 지나갔다. 또 빗질을 했다. 군사문화에 치를 떠는 성격이지만 차라리 그렇게 잼버리를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영국과 미국 잼버리대원들이 야영지를 떠나면서 불거진 사태의 심각성을 두고 책임 회피성 발언은 극에 달했다. 어김없이 '전정권' 씨도 등장했다. 2년차 정권에서 전 정권을 소환해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정권' 씨 소환에 대해 여당의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지금이 문 정권 7년차냐고 비꼬았다. 지금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고깃집에서 친구들과 고기먹다가 "이번 잼버리는 전라도 때문에 망했어?"라는 말을 과연 하고 있을까라고 적었다. 전 정권 탓만 하다보면 문 정권 7년차라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수도와 하수도, 처리시설은 전북도가, 화장실과 변기자체는 상부시설로 조직위가 준비한다는 문건도 공개했다. 잼버리 총사업비 1170억 중에 조직위가 870억, 전북도가 260억이며 21년도까지 쓴 사업비가 190억이며 22년부터 23년까지 쓴 예산이 1015억이라고 총사업비 도표까지 공개했다. 적반하장이 정리되는 것 같다. '조직 내에서 수류탄을 까는' 그룹에 속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렇게 책임소재가 분명한데 왜 사과한마디 없을까. 공직사회의 '사과는 책임'이라는 문화일 것이다.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 전가만 능숙한 정권이 돼 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책인사도 그렇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니 싫다는 것이다. 이제 부끄러운 국민들이 뉴스를 기피하기보다 뉴스를 해부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보다는 적반하장을 못하도록 회초리를 빼앗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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