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옥(시인)

잘못 든 길이든 가시밭길이든
내딛는 발걸음마다 행선行禪이었느니
모든 생명과 교류한즉 통선通禪이었느니

가슴이 찢겨 슬퍼하니 애선哀禪이요

땅이 일어나 노하니 분선憤禪이며
고통으로 울부짖는 영혼이 있어 통선痛禪이다

기력이 쇠하여 누우면 와선臥禪이요

한 호흡으로도 기뻐하니 낙선樂禪이다
지난한 묵선默禪의 인강忍江 너머
저녁이 되매
깊은 몽선夢禪에 든다

아침이 되니

또 한 생 잘 살다 왔다
연선連禪이다

연선然禪이다

 

김여옥 시인은 화산에서 태어나 1991년 문예사조에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로 등단했다. '자유문학' 편집장과 발행인, '월간문학'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제자리 되찾기' '너에게 사로잡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등을 펴냈다. 10여 년의 충남 귀촌생활 마치고 고향 해남으로 이주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