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창단 1호이자 원년(1982년) 한국시리즈 우승구단이다. 1999년 구단명으로 바뀌기 이전에는 다른 구단과 달리 두산 계열사 동양맥주의 상품 이름인 'OB'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OB는 'Oriental Brewery(동양 양조장)'에서 따왔다. (사명을 바꾼 지금의 '오비맥주'는 외국계 회사에 매각됐다.) 'OB 상표'의 맥주는 예전 골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골프에서 OB(Out of Bounds)는 클럽으로 친 공이 규정된 코스의 밖으로 나가면서 벌타를 받아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OB가 총선을 8개월 앞둔 요즘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OB는 '올드보이'(Old Boy·나이든 소년), 즉 졸업생을 뜻하니 현역에서 한 발짝 물러난 원로급 정치인을 이른다.

야권에서 '올드보이' 소리를 들으며 현역 복귀를 노리는 인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다. 일부에서 이낙연 전 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거론하지만 '올드보이'의 수식어를 붙이기는 다소 어색하다.

'올드보이'라 불리는 인사 가운데 단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박지원 전 원장이다. 지난해 말 민주당에 복당한 그는 내년 총선에서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에 대한 군불을 때다 요즘엔 사실상 출마 선언을 하며 행보를 넓히고 있다. 지난 4일 저녁 해남읍 매일시장을 찾더니 대흥사 방문에 이어 이튿날 지역 인사들과 오찬도 했다. 진도가 고향인 그는 1942년 6월생이니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일에도 여전히 만 81세이다. 말주변이 남다른 그는 여러 방송에서 패널로 등장하고 지역 언론에서도 조명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7~8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절반 정도가 정치 신인이다. 박 전 원장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새내기 정치인에겐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비단길을 언론이 깔아주고 있다. 정치판이라는 놀이터가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후보 출신지를 따지는 지역색에서도 나타난다. 해남과 진도는 줄곧 한 선거구로 묶이다가 18대 총선(2008년)부터 완도가 가세했다. 지역구에서 진도 출신의 마지막 국회의원은 중선거구제로 2명을 뽑았던 12대(1985년)의 정시채(민정당) 전 의원이다. 이후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진도는 40년 가까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 완도 출신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내리 당선됐으나 3선 문턱에서 해남 출신에 의원 배지를 반납했다. 여기에는 지역별 유권자 수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유권자 비율을 보면 해남이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완도 (33%)와 진도(21%)가 나머지를 나눠 갖는 형국이다. 군 단위에서 출신지를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상당히 높다고 보면 예비후보들은 이미 '출신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셈이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한다. 내년 22대 총선이 아직은 물밑에서 움직인다지만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볼거리가 많을 듯싶다. 지역을 대표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이 어떻게 뽑히는지, 나름의 관전 포인트를 잡고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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