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사람마다 혹은 국가마다 정치인을 보는 기준이 다르다. 정치인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존재이며 갈등에 대해서도 중재자로서 국가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위치이다. 서로 이해가 다른 사회집단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러한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사회가 효율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래서 정치라는 개념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체에 비유되기도 한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사회에서 권력을 누리지만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 이들의 권력에는 기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권한을 오랫동안 행사하기 위해서는 매번 치러지는 선거마다 당선되어야 하고 당선된 후에는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위한 모든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면서 실전에 임해야 한다.

정치인은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자신을 대중에게 공개하여 여론의 심판을 받게 된다. 정치인은 공인으로 인정되어 그동안 살아온 생애가 언론과 인터넷에서 낱낱이 파헤쳐지고 분석될 수 있다. 또한 표를 의식해 본인을 향한 비판은 어느 정도 묵인하고 꼭 해명해야 할 사안의 경우에도 전략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펼친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극복해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선출직 정치인들은 당선이 되고 나서부터는 대부분 권위의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라면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마을 공동체에서부터 서울 및 수도권까지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의 관리감독과 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타협하고 이끌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소위 갈라치기의 대치 정국에서 정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고 정치인들은 그저 세금이나 축내며 기생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유지되지 못하면 행정부처 간의 기능 조율이 어렵고 정책 방향의 설정이 힘들 뿐만 아니라 이익집단의 탐욕을 견제하지 못해 사회의 불안이 가중된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를 참고 정치인들이 제 몫을 해주기를 바라고 투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농촌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면사무소에서 마을 이장단 회의를 한다. 이장회의는 각 마을의 현안을 이야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자리인 만큼 그 자리에 기초자치의원이 참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이장단 회의 전에 인사말만 하고 퇴장한다. 대체 무엇을 위한 인사말인가? 마을 행사에서부터 시, 군, 면 행사 때마다 주인공은 국민인데 어디서나 천편일률적으로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들어야 한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군민 중에서 대표가 인사말도 하고 오늘 행사에서는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당부도 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식순에 따라 정치인이 본인의 치적을 홍보하는 것 위주로 마무리되다 보니 지역 발전의 미래가 아닌 과거형에 머무르고 마는 것 같다. 물론 정치를 하는 분들은 스마트폰이나 SNS 소통시대에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 국민을 의식해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항상 유권자나 기자의 눈을 유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인이 되었다면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의 편에서 일해야 한다. 정치인으로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그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당당하게 국민 편에서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정치에 소명을 갖고 있는 사람은 국민이 먼저 알아주고 투표로서 신뢰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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