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고객이 맡긴 돈으로 더 높은 이자를 붙여 빌려주며 '이자 따먹기' 장사를 하는 게 주업(主業)이다. '기관'(機關)이라는 표현은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돈을 운용하며 국가의 기간(基幹)이 되고, 따라서 아주 높은 수준의 공공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붙여졌을 것이다. 열차를 끄는 기관차나 군대에서 주력화기인 기관총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기관'의 무게감이 피부로 다가온다.

금융기관은 공익성도 아주 높기에 수조 원의 떼돈을 벌어 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이 일반인에게는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 높은 예대율(예금과 대출 이자율) 차이로 등골을 빼먹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의 간판을 내걸고 '사상 최대 순이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더더욱 꼴불견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관(官)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금융기관보다는 금융회사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하다.

금융회사는 편의상 제1, 2, 3금융권으로 나눠진다. 제1금융권은 은행, 농·수협은행 등으로 통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제2금융권은 우체국,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보험사, 증권사 등으로 자금의 중개 기능을 주로 한다. 제3금융권은 법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사채시장이 대표적이다. 흔히 금융회사의 안전성은 제1금융권이 더 높다고 하지만 결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새마을금고가 요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촉발은 경기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의 부실 운영이다. 200억 원의 담보 가치에 600억 원의 기성고 대출(건축 공정률에 따른 순차적 대출)이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사실 동부새마을금고는 부실 대출로 이미 지난달 인근 금고와 합병이 결정됐으나 부실(높은 연체율)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Bank-run·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해남의 2개 새마을금고(해남·문내)에도 한때 불안한 예금주들의 문의 전화와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졌으나곧바로 진정되기도 했다.

서민금융의 대표 주자로 전국의 1300개 가까운 새마을금고는 자금이 서로 엮이는 연관성이 거의 없는 독립된 법인이다. 단지 행정안전부와 중앙회에서 감독하고 비슷한 매뉴얼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새마을금고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상당한 책임을 언론의 과다한 위기 조장 때문으로 돌린다.

우리는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IMF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로 사라진 금융사들이 한둘이 아니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젠 '금융사 불패'라는 말은 고전에서나 찾아볼 만큼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못 믿는 시대에 살고 있고 것이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 사태를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5월 경남 산청의 마을금고가 효시이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셈이다. 70년대 초 시작된 새마을운동과 연관성은 거의 없다. 지금의 이름도 30년 전인 1983년부터 사용됐다.

60년의 역사에서 그 흔한 공적자금 투입이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력도 없다. 다만 부실화에 따라 출자자의 총회를 거쳐 인근 금고와 합병은 숱하게 많았다. 이 때문에 고객이 예금을 떼인 적도 없다. 줄곧 서민금융의 길을 걸어온 새마을금고가 앞으로도 서민의 곁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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