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최근 설탕을 대체해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제조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떠들썩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이 적어 위험성이 높지 않을 거라면서도 대응 방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 아스파탐은 막걸리에도 함유돼 있다. 일부 설탕 제로 음료에도 들어 있으니 소비자들이 들썩일 만도 하다.

아스파탐이라는 인공 감미료를 알게 된 것은 귀농하면서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마시면서부터다.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낸다. 찹쌀을 쪄서 적당히 식힌 후 구입한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앉힌다. 발효 온도인 25도에서 30도를 유지하면서 기다리면 소식이 온다. 막걸리 냄새가 진동할 때 막 걸러 마시면 막걸리가 된다. 그런데 신맛이 강하면서 시중의 막걸리 맛이 아니다. 그때 식품함유량 표시에서 아스파탐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라는 사실도 알았다. 신맛과는 무관하다. 단맛이 아니라 신맛을 못 잡아 막걸리 담는 것을 그만두고 방법을 찾고 있다.

어린시절 단맛을 내는 오묘한 감미료는 단연 사카린이었다. 한여름에 엄니가 국수를 삶는 동안 우물물에 두레박을 깊이 담가 가장 시원한 물을 길어 올려 큰 대접에 굵은 소금 크기의 사카린을 수저로 으깨 휘휘 저어 다디단 물을 준비했다. 국수를 말아 먹고 남은 단물도 남김없이 들이켰다. 처음에는 달고 맛있었지만 매일 점심끼니가 되면서 단맛이 싫어지기까지 했다. 노동의 대가로 밀가루를 지급하던 시절이었으며 밀가루 한 포대로는 동네 방앗간에서 국수를 만들고, 또 한 포대로는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어 먹던 시절이었다.

사카린이 뉴슈가, 설탕으로 진화하는 줄 알았지만 사카린은 원료명, 뉴슈가는 상품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한동안 설탕은 비싸서 못 먹었다.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아의 단맛은 식품함유량 표시를 꼼꼼히 본 적이 없으니 모른 채 이미 섭취한 지 오래됐다는 얘기다. 1971년 대한뉴스에서도 충북 청원군의 한 농가에서 국내 최초로 설탕의 300배 이상의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 재배에 성공했다는 흑백 동영상이 검색된다. 남미 파라과이 고원지대에서 자라는 것으로 재배가 쉬워 원당 생산이 가능해서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농가 소득을 높이는 작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 스테비아 토마토까지 맛보았으니 단맛은 다 본 격이다.

아스파탐에 대한 우려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일 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막걸리의 경우 성인이 하루 750㎖들이 33병을 마셔야 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는 뉴스다. 더 이상 걱정하면 괴담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5개의 감각 기능 중 하나인 미각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등 다섯 가지가 있다. 그 중에 단맛에 대한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의 감탄고토(甘呑苦吐)도 있다.

'단맛 쓴맛 다 보았다'는 속담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것이다. '쓴맛을 모르는 자는 단맛도 모른다'는 독일 속담처럼 미각에는 단맛뿐만 아니라 쓴맛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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