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최근 해남에서도 학교 통폐합 문제가 제법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히 나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학교 통폐합을 얘기하려면, 우선 전제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어떠한 학교들이 통폐합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 학교 통폐합이 결정되어야 하는가? 학교 통폐합의 결과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에게 더 바람직하며 학생 성장에 도움을 줄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학교 통폐합은 관련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현재 전남도교육청 김대중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미래교육으로 작은학교를 살리고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방해 왔다. 그리고 이달 초 "소규모 학교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교 통폐합 기준을 완화했다. 그간 교육청이나 교육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던 차에 이번 조치는 지역민들에게 박수받을 일이다.

이번 조치는 전남의 작은 학교 교육력 회복 등을 위해 통폐합 학생 수 기준을 30명 이하에서 10명 이하로 낮추어 200여 곳에 달했던 통폐합 대상학교를 50여 곳만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저출생과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 및 인구 유출로 인해서 지역소멸 위기가 당장 눈앞에 닥쳐온 현실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준을 하향조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색교육과정을 운영해 소규모 학교 교육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교육의 사회적 책임 범위와 역할에도 걸맞는 일이다.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못한 학교 통폐합은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021년 영월읍에 있는 영월중과 봉래중을 통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두 학교 동문 간, 지역민과 도 교육청 간 갈등이 2년 넘게 지속되며 현재 유보 상태다.

학교는 단지 아이들을 교육하는 공간이란 의미를 넘어 지역의 구심점이기도 하다. 또한 교육은 복지의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조금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며 지역에 터를 잡고 살거나, 귀농·귀촌 등으로 지역에서 삶을 가꾸어 보려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학령 아이들이 있는 젊은 층에게 학교는 선택의 중심을 차지한다. 교육복지는 지역을 유지하고 변화시킬 중심 문제인 것이다.

이런 학교를 상상해 보자. 모든 학생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학부모가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친밀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운영되는 학교, 운동회를 하면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학교, 교사는 학생을 조카처럼 대하고 학생은 교사를 삼촌이나 이모로 대하며 교육에 집중하는 학교, 단순히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마을회관 같은 역할을 하는 학교를 말이다. 이 외에도 작은 학교의 장점은 정말 많다.

아이들이 적다고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서 더 건강하고 더 넓고 큰 생각을 키울 수도 있다. 경쟁에서 한발만 물러서서 보면, 작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훨씬 더 가치를 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학교가 다른 학교와 잦은 교류를 통해 더 폭넓은 사회성을 키울 수도 있다. 이것은 운영의 문제인 것이다.

경쟁과 시장 논리로 아이들 교육을 재단하지 말자. 우리 한국교육이 망했다는 표현은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세상이 작은 학교에 있다면, 두려워 말고 아름다운 작은 학교로 가자.

작은 학교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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