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지방 행정구역인 리 단위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의 직위를 이장이라 지칭한다. 농촌의 이장은 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통장의 업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도시는 대부분이 아파트 문화권이라서 아파트가 한 동이라도 세대수가 많은 경우에는 통장이 두 명 이상 활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촌의 경우에는 세대수가 많은 면 소재지 마을을 제외하고는 통상적으로 마을마다 한 명의 이장이 활동한다.

이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농촌마을 주민들에게는 귀중한 존재다. 필자가 귀촌하던 해에는 가구 수도 많고 이장을 서로 하려고 해서 마을 동계날 투표로 이장을 선출하였다. 반면 최근에는 마을마다 가구 수가 줄고 인구도 급격하게 감소하다 보니 마을에서 이장 후보의 선출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서로 이장을 맡으려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이장은 행정조직의 끝단에서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인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위하여 일하고 있다. 동네의 대표자로 면사무소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대부분은 유대관계도 좋은 편이다. 이장은 겸직하는데 제약이 없으며 본업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이장이 하는 행정업무 중에서 대표적인 일이 동네의 각종 시설 확인과 점검이 있으며 동네 행정시책 홍보와 주민의 여론에 대한 건의사항과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보고가 있다. 농촌마을은 기본조직이 촘촘히 갖추어져 있다. 이장, 부녀회장, 노인회장, 개발위원장, 새마을회장, 청년회장 등으로 구성되어 농촌마을이 돌아간다. 그중에서 이장의 역할이 가장 크다. 이장은 이 모든 조직의 틀을 중심으로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활동하는 자리이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농촌마을의 안녕을 살피는 일이다. 농촌마을 거주자의 연령이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수시로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여 도시의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농사일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필요로 하는 행정업무까지 거의 매일 소식을 전달한다.

대부분 면사무소에서는 한 달에 1회 이장단 회의를 통해서 이장의 역할과 책임을 맡긴다. 대표적인 직무는 농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비료를 신청하여 분배하고 각종 농산물에 대한 종자 파종에서부터 단위농협과 관련되는 일을 맡아 전달해주는 역할이다. 또한 마을의 대소사에 대한 알림이 역할을 하고 마을의 쾌적한 환경을 위한 대청소도 주관한다. 요즘은 이장이 필요할 때마다 핸드폰을 통해 수시로 마을방송을 한다. 마을 공동체사업을 준비하기도 하고 마을 화합의 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귀농·귀촌하려고 하면 농촌마다 텃세가 심해서 어떻게 마을주민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지를 걱정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장이 중심이 되어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행정과 주민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마을공동체에서 좋은 일 나쁜 일 가리지 않고 도맡아 하는 일도 이장의 몫이다. 예전보다 처우가 많이 좋아진 부분은 있더라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들여야만 하는 자리로서 봉사정신이 없으면 이장직을 수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장을 슈퍼맨이라고 하는지 모른다.

이장은 마을의 소식통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고 주민을 위한 행정과의 연결고리에는 늘 이장이 있다. 많은 동네일을 이장 혼자서 감당하게 할 것이 아니라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 구성원들이 함께 도와주어야 마을이 발전할 수 있다. 농촌사회의 도약을 위해서 동네 사람들이 이장을 도와 더 협력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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