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지난 주말 비 예보가 내려진 가운데 참깨를 심기위해 뭣을 해도 어설픈 농부는 관리기에 휴립기를 조립하느라 한나절을 밭에서 허비했다. 관리기에 로터리가 채워져 있고 둑을 만드는 휴립기가 대기하고 있다. 비닐멀칭을 해주는 피복기가 또 다른 관리기에 채워진 채 휴립기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파종기를 굴려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비가 쏟아지면 모든 작업은 중단된다.

세 시간 단위로 면 단위까지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청 동네예보 앱과 한 시간 단위로 알려주는 또 다른 날씨 앱을 번갈아 보면서 마음은 앞서지만 휴립기를 조립하는 작업이 신통치 않다. 겨우 조립을 끝내고 시운전을 해 보니 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휴립기 핵심 부속인 로터리 날이 좌우가 잘못 채워졌다는 사실을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좌우를 구분하기 위해 제조사는 두 개의 로터리 날 중 하나는 축에 빨간색 도색을 해 놓았다. 이 빨간색 날을 왼쪽으로 채웠던 것이다. 아마 '좌빨'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니 어이없는 일이다.

어렵게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다가 흙이 제대로 비닐을 덮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한다. 이제 웬만한 농기계의 사용설명서는 포장박스를 뜯는 순간 포장재와 함께 버리는 시대다. 논과 밭에서 검색과 시청으로 해결한다.

한번 찾아본 정보는 원하지 않아도 계속 들이미는 것은 편리함을 제공받고 치러야 하는 대가나 다름없다. 알고리즘이라는 기능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어, 방법, 절차의 집합을 의미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시청기록, 검색기록 등 영상 관련한 정보를 데이터로 기록하여 추천해 준다. 편리해야 할 이 기능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관리기에 휴립기, 피복기를 조립하는 문제를 해결한 대가로 이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넘쳐나는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 것이다. 호기심에 클릭한 동영상 때문에 관련 동영상들이 며칠간 제공된다. 쇼핑몰에 AI 상품검색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시간이 많은 60대, 70대가 소위 '유튜브 오염'에 감염되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짜뉴스와 왜곡을 일삼는 일부 유튜버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고에 물들어 간다는 것이다. 시청하는 인원과 시간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니 상업적인 시도가 많아진다. 평산마을에서 확성기로 욕설을 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태극기 부대'를 미화하는 채널이 늘어가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국론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몇 차례 호기심으로 시청한 채널이 접속과 동시에 펼쳐지면서 한 방향으로 쏠린 시각이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노인층이 단순하게 물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갈리고 대립이 극에 달한 것 같아 걱정이다.

일부 TV 종합편성채널, 소위 종편의 극단적인 왜곡보도를 통해 생산된 정보가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고 노출된 시청자가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 정보들의 홍수에 떠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바다가 오염되니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안중에 국민통합은 보이지 않고 우리 편만 보인 것일까. '바이든 날리면' 전 국민 대상 듣기평가를 통해 갈라치기를 시작한 정치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경찰봉을 휘둘러 머리가 깨진 동영상을 보면서 '과잉진압'과 '폭력시위'를 구분하는데도 편이 갈려야 하는 시절이 오는가 보다. 후쿠시마 오염수만큼 오염된 '정보의 바다'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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