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이름은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큰 고을인 전주목과 나주목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는 전북을 강남도, 전남을 해양도로 불렀다. 광주와 해남을 비롯한 전남 9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해양에너지의 사명(社名)도 옛 이름에 연유한다.

경상도(경주+상주), 강원도(강릉+원주), 충청도(충주+청주), 평안도(평양+안주), 황해도(황주+해주), 함경도(함흥+경성)도 전라도와 비슷하게 이름 지어졌다. 다만 경기도는 도읍이던 개성 주변인 경현(京縣)과 다소 먼 지역인 기현(畿縣)의 앞 글자를 땄다. 호남은 금강 상류의 옛 이름인 호강(湖江)이나 백제시대(330년) 축조돼 가장 오래된 저수지 둑(제방)인 김제 벽골제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전라도는 조선시대 정치적인 이유로 한때 전남도, 전광도 등으로 바뀌긴 했지만 지금의 이름을 처음 갖게 된 이후 2018년으로 정도(定道) 1000년을 맞았다. 전라도 정도 1000년을 기념해 5년 가까이 연구작업을 거쳐 지난해 말 집필을 마무리한 게 '전라도 천년사'이다. 역사서 편찬에는 3개 광역단체(광주, 전남북)가 26억 원을 들였으며, 역사·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213명이 참여해 34권, 1만3559쪽 분량을 집필했다.

'전라도 천년사'는 단지 1000년의 역사를 기술한 게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해남의 역사나 유물도 자주 등장한다. '해남 녹우당에서 출생한 공재 윤두서(1668~1715)는 18세기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를 가장 먼저 그린 인물로 이후 풍속화의 흐름을 이끌었다.'(총설 242쪽), '해남반도권은 바다를 조망하는 구릉지에 유적이 조성되었는데, (초기 철기시대)해남 군곡리에서 타원형 주거지 2기와 패총이 조사되었고'(선사·고대 1권 389쪽) 등등이다.

그런데 '전라도 천년사'를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거세게 일고 있다. 핵심은 일본서기의 과장된 내용을 기초로 짜깁기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4세기 '야마토 왜'가 전라도를 식민지로 삼아 통치했다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했다는 것이다. 전라도 천년사에는 국내 사료의 부족 때문이긴 하나 일본서기에 적힌 침미다례(해남·강진), 기문(남원), 반파(장수), 사타(순천) 등의 지명이 수시로 등장한다.

'일본서기에는 왜가 침미다례를 무찔러 백제에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남해안에 위치한 마한제국의 복속을 의미한다. 백제와 왜가 연합하여 침미다례 중심의 신미제국을 멸망시키자 비리, 벽중, 포미지, 반고 4읍이 스스로 항복하였다.'

일본서기를 바탕으로 한 이런 기술은 자칫 고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사실인 양 해석할 여지를 주고 있다. 천년사는 일본서기나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긴 하지만 이런 서술만을 본다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은 받게 되어 있다. 의도성이 없더라도 부주의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방대하기는 하지만 e북으로 올라와 있는 '전라도 천년사'(www.jeolladohistory.com)를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편찬위원회는 공람기간을 연장(오는 7월 9일까지), 의견 수렴에 나서고 공개 학술토론회도 제안했다. 이참에 내가 사는 전라도 역사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나름 파헤쳐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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