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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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시골에 태어나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마친 후에 도시로 나가 사회생활을 배우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가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세대들은 한결같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특히 서울로 일을 찾아 나섰다.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부족해 도시로 나간 것이다. 누구나 힘들게 살던 시절이라 억척같이 일하고 한결같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70년대부터 도시로 이어진 유동인구는 끝없이 농촌의 인구감소를 가져와 2019년 기준 농촌인구는 전체인구 대비 약 4.3%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표현하면 4.3% 인구가 우리나라 95.7% 인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농촌의 인구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초고령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니 농촌의 활력은 해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대부분 은퇴자들이 고향을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귀농이나 귀촌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족 간의 의견이 맞지 않아서 결정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아마도 고향에 내려오면 원하는 일거리를 찾기 어렵고 농사일에 비해 수익이 낮은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마을마다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일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도 과감하게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국제정세 및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농촌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이 농민을 위한다고 하였지만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대로 해주는 정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제품에 대한 판매가를 정할 때는 고정자산 투자비를 인정하고 재료비, 노무비, 경비를 계상하여 원가계산을 한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도소매, 서비스, 음식업 등 모든 업종이 정당한 투자비용을 계상하여 판매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부들이 생산하고 있는 각종 농산물에 대해서는 토지 등에 대한 고정자산 투자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논·밭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고장자산의 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도 쌀과 보리 밭작물에 논·밭의 고정자산 투자비용을 계상해서 수매가를 결정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아울러 농민과 농촌에 대한 환경적 요인의 기회비용을 적용해서 인정해주는 데도 인색하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7, 8월에 집중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소재하는 댐에서 홍수의 조절기능은 불과 20%를 넘지 못한다. 대부분 홍수는 산림과 농촌의 논에서 막아주고 있으며 한여름에 자라는 벼는 산소공급원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는 농부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하는 시대이다. 전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부들이 노력한 대가를 정당하게 계산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 효과로 은퇴 이후 고향인 농촌으로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농민수당 몇 푼으로 농촌을 살리겠다는 근시안적 사고는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는 식량을 포함한 자원이 무기화되어가고 있는 국제 현실을 직시하고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은퇴한 사람들이 알아서 귀농·귀촌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희생만 강요당한 농민들의 온전한 삶을 위하여 정부가 정당한 농산물 가격을 책정하고 보듬고 나가야 한다. 도시의 직장 은퇴자가 안심하고 고향으로 귀농·귀촌할 수 있도록 농업의 정당한 가치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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