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지난 3월 하순 어느 날, 지인의 SNS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해남 유치를 위해서 해남군수와 해남군의회 의원 몇 명과 해남군민들이 연동에 모였다는 짤막한 글과 함께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이런 역사문화센터가 들어오면 그런 건물이 들어온 지역을 중심으로 분위기도 바뀌고 일자리도 생길 거다. 무엇보다도 인문학이 번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토론하고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많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군민들이 자신의 말을 하고 이웃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마을공동체나 지역공동체가 활기를 띨 수 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좋아요'를 누르고 인터넷에 마한문화라고 네 글자를 쓰자마자 영암마한역사공원이 제일 먼저 나왔다. 영암은 오래전부터 광주·전남 역사의 뿌리라는 마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 군은 농업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아열대작물실증센터와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에는 실패했다. 정확한 평가의 과정을 거쳤다면 성공도 실패도 모두 해남군에게는 좋은 경험이고 자료다. 그런데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를 위한 최근의 행정 당국의 노력 안에 편승했던, 행정에 문외한 일개 군민인 필자는 우리 군이 그런 일을 치열하게 했는지 의심스럽다.

최소한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가 간절했다면 많은 군민에게 마한역사라는 문구가 그렇게 낯설지 않아야 했다. 연구 동호회도 활성화하고 여기저기서 소규모든 대규모든 토론회도 열려 최소한 '마한'이라는 단어와 친숙해야 했다. 바닥 다지기가 필요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공모가 공표되어서야 눈 둘 곳도 없이 빼곡하게 현수막 내걸고 공무원과 군민들에게 SNS 홍보 독려하기 전에 말이다.

며칠 전, 해남군 신청사 앞 광장에서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있었다. 그런 현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본 최초의 경험이어서 비옷을 입고 신나게 박수를 쳤다. 일정한 진행 패턴에 조금 지루해져 고개를 돌려보니 문화예술회관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이 보였다. '해남군이 해냈습니다. 2022 지방재정 집행평가 전국 1위'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해남군, 멋지다'를 외치고 싶다.

해남군은 상을 많이 받는다. 민선 7기 상반기는 인구 늘리기, 하반기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활성화가 수상의 성과지표로 작용했고 민선 8기 상반기인 지금은 ESG 관련하여 상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그래서 군민은, 그리고 나는 행복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4월 말, 전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최한 행복드림 돌봄 사업 역량강화 교육에서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상관없이 주민들은 살고 있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무리하는 게 최고의 바람이라는 통계 결과를 들었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평가는 어떤 지표로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수치로 드러나는 정량적 평가와는 다른 지표일 거다. 점수로 매길 수 있다면 과연 해남군민의 행복지수는 몇 점일까?

이번 유치 실패를 통해서, 이제는 정량적 성과지표 충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런 행복지수 충족에 대한 고민도 주민도 행정도 진지하게 할 때다. 그 결과로 더 글로리의 대사처럼 '연진아, 나 지금 해남에서 살고 있어서 되게 신나.'라고 외치고 싶다. 그런데 갑자기 전국노래자랑 김신영 사회자의 "해남 군수님이 올라오고 계십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제 다시 무대로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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