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의 여왕 5월의 문턱에 서 있다. 5월이 오면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했던 이양하(1904-1963) 선생의 수필 '신록예찬'이 으레 떠오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산 저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신록(新綠)은 새로 돋아난 싱그러운 초록의 잎이다. 이 말을 들으면 젊음과 생명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듯하다. 신록의 계절 5월의 해남은 여느 때보다 풍성하게 다가온다.

1973년 출발한 해남군민의 날 행사가 50번째를 맞아 5월의 첫날을 장식한다. 우슬체육공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오랜만에 14개 읍면의 군민이 함께한다. 읍면을 대표해 14명의 군민과 향우의 소망을 담은 영상과 성화 점화로 이어지는 비전 선포가 눈길을 끈다. 특설무대는 오로지 식전행사인 오케스트라 공연과 기념식 진행을 위해 설치됐고 주요 인사들은 군민과 동석해 눈높이를 맞춘다. 읍면 부녀회별로 장만하는 음식에 일회용 접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반갑게 다가온다.

5월을 이어주는 4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군민광장에서 KBS전국노래자랑이 4년 만에 열린다. 사전접수 314개 팀과 현장 접수를 포함하면 340개 정도의 팀이 예선 관문을 두드렸다. 1차 예선을 통과한 80개 팀은 2차 예선을 거쳐 15개 팀이 본선에서 노래 실력을 전국에 뽐낸다.

휴일이자 4월 마지막 날에는 문예회관에서 유니버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회가 오후 3시와 오후 7시 두 차례 열린다.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어린이합창단이 무대에 함께 올라 의미가 남다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가정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념일도 줄지어 기다린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이자 세계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이 차례로 다가온다.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고 27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어린이날 사흘 연휴에는 황산 공룡박물관에서 어린이 공룡대축제가 열려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11일 문예회관에서 갖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와 만남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추천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전직 빨치산인 아버지가 죽고 난 뒤 3일의 시간을 배경으로 해방 이후 현대사의 질곡을 남도의 사투리로 무겁지 않게 풀어낸 작품이다. 25일에는 이창동 영화감독이 해남동초등 꿈누리센터에서 '영화의 황홀경'이라는 주제로 영화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의 족쇄에서 벗어나 처음 만난 5월은 축복의 계절이다. 푸르고 화사한 자연에 파묻히며 가족과 함께 풍성한 행사에 젖는 한 달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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