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광주생명의숲 공동대표)

끝이 없을 것 같은 코로나의 종식이 일상생활에서 느껴진다. 이제 병원 방문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현실이 됐다. 길고도 깊었던 코로나의 생채기만큼 그 기대는 컸다.

지난달 말 '2023 달마고도 힐링축제'가 열렸다. 해남관광도 기지개를 켰다. 전국에서 찾아온 걷기 여행객들의 행렬이 달마고도를 채웠다. 달마고도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챌린지를 비롯해 나무심기 행사도 가졌다.

지난 주말에는 제24회 흑석산철쭉제도 열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랜선축제로 대신했는데 흑석산자연휴양림 일원에서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일찍이 해남땅끝매화축제도 3월 중순에 산이면에서 열렸다. 달마고도 등 해남을 찾은 여행객을 인바운드 여행객이라 한다면 아웃바운드 여행객도 만만치 않다.

봄기운이 만연하자 마을마다 관광버스가 드나든다. 오랜만에 마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가깝게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관람하고 경남 통영 등을 방문, 섬 크루즈여행도 다녀오는 것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라고 한다. 유명관광지마다 해남의 몇몇 마을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만나기도 했다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등 각종 모임과 행사도 시작됐다. 면 단위 주민 문화교실도 열기가 뜨겁다. 국악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장구소리와 캘리그라피 강의실에서 배어 나오는 묵향도 포스트 코로나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비대면 수업에서 출석 수업으로 바뀌어 학교급식이 정상화되자 그동안 힘들었던 친환경급식농가들도 바빠졌다. 특히 전기료 폭탄을 맞아 실의에 빠진 가온하우스 농가들은 개학과 학교급식 재개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동안 집에만 콕 박혀있다는 뜻의 '집콕' 세대들을 겨냥한 '밀키트'가 유행하고 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과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을 뜻한다. 농산물꾸러미가 진화한 것이다. 해남에도 밀키트 창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농가가 꽤 많다.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외식보다는 집에서 손쉽게 해결하려는 세대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 농가가 연착륙하도록 행정의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로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 중에 '친환경의 부상'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인간들의 무차별적인 환경 파괴로 동물 서식지가 감소한 것을 코로나의 발생 원인으로 꼽는다. 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과 잦은 접촉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등 환경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용어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어 지구의 환경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대기가 좋아졌다는 것과 관광객 감소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되자 지자체마다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발 벗고 나섰다. 중단됐던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도변에는 각종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줄을 잇고 있다. 뉴스나 SNS에 표출된 해당 축제 관련 빈도수만 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다. 3년여 굳어진 일상이 하루아침에 풀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해남관광도 아웃바운드 여행객의 역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통과형보다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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