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경(전 광주일보 편집부국장)

'똑부', '똑게', '멍부'와 또 다른 '멍부', '멍게', '무무'. 무슨 말이냐고?

대한민국은 선거의 나라다. 대통령부터 시·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원, 조합장에다 초등학교 반장까지…. 정부와 자치단체, 기관, 단체는 물론 심지어 친목 모임까지 각 구성원은 대부분 자신의 대표를 스스로 뽑는다.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함께 지도자가 되려면 직접 선거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 리더십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나, 임명직 공직자들은 대체로 '군림'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도자의 모습은 국민 의식 성장과 함께 변화무쌍하다. 리더십의 형태를 특별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조직 내 구성원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학력이나 프로필이 대단히 화려하고 열정에 가득한 똑부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일에 매달린다. 두 걸음 내다보며 항상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불철주야 업무에 매달려 자신을 혹사한다. 당연히 부하들은 피로에 절어 산다. 부하와 마주칠 때마다 업무지시를 하거나 추진상황을 캐묻고, 질책한다. 실적이 떨어지거나, 게으름을 피우다 걸리면 불호령이 떨어져 기피 대상 1호다. 부하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조직이 겉돌고, 사기는 떨어지며 '독불장군'이 되기 쉽다. 가장 이상적으로 꼽히지만 독선을 경계하고 아랫사람을 잘 다독일 줄 알아야 조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름)는 개인적인 능력은 출중하지만, 업무에는 소홀하다. 똑부에 필적하는 출중한 캐리어를 지녔지만 일은 그다지 챙기지 않는다. 회의를 자주 열어 자신의 경험이나 철학을 설파하는 바람에 일할 시간도 부족하다. 일을 잘하라고 강조는 하지만 특별히 독려하지도 않는다. 부하들로서는 상황만 잘 넘기면 돼 나름 선호대상이다.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함)는 대단히 피곤한 스타일.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잘 모르고, 업무도 꿰뚫지 못하면서 자기만 옳다며 새벽부터 자정까지 온몸으로 부대낀다. 직원들에게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지시를 남발하고, 선봉장이 되어 나대는 '자아도취형'이다. 예산확보가 어렵고 사업 타당성이 떨어져도 '돈키호테'처럼 날뛴다. 여차했다가는 혈세를 탕진하고, 부하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매우 위험한 리더십이다.

또 다른 '멍부'(멍청하면서 부패함) 역시 해악이 크다. 업무는 젬병이지만 '뒷돈' 챙기기는 선수다. 일은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돈 길목'은 빠삭하다. 인허가 규정을 어떻게 살짝 바꾸면 어디서 돈줄이 터지는지 잘 알고, 인사와 공사 때마다 통행세를 챙긴다. 매관매직, 부정수뢰를 즐기다 결국 쇠고랑을 차고 만다.

'멍게'(멍청하면서 게으름)는 부하들까지 타락시킨다. 특별한 비전이나 목표, 실력도 없다. 그럭저럭 근무 시간을 보내고, 회식과 모임 등으로 자기편 단속에나 힘쓰며 벼슬을 즐긴다. 직원들도 슬슬 눈치나 보고, 업무는 적당히 얼버무리며 같이 나태해진다. 일이 잘못돼도 책임소재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사이에 조직은 멍들고 구성원들은 불행해진다.

마지막으로 '무무'(무난한 무사고형). 특별히 잘잘못이 없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논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가끔 선행으로 상도 받는다. 남들이 비난받는 것을 정확히 피해 다니며 절대 물의를 빚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은 극구 꺼린다. 그러니 사고도 없다. 무난한 리더십에 지역과 조직은 무난히 뒤처진다.

대통령부터 시·도지사, 시장·군수, 국회의원, 조합장, 이장까지 당신의 리더들은 어떤 스타일인가? 리더들도 자신은 어떤 부류인지를 거울 앞에 비춰보라.

리더십 고찰은 단지 지도자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도 조직 내에서 스스로 무슨 유형에 가까운지 헤아려 보기 바란다. 건강하고 능률적인 조직을 만들어 진취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하 리더십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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