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며칠 전 운 좋게도 함평나비대축제와 담양대나무축제, 그리고 보성녹차대축제를 짧은 시간에 돌아 볼 수 있었다. 먼저 함평나비대축제 현장으로 갔다. 징검다리 휴일 마지막 날이고 축제기간도 끝나갔으나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들로 빼곡했다. 안개가 끼어 시계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함평천을 따라 노랗게 핀 유채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999년 제1회 함평나비축제와 비교하니 규모와 시설물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그 당시에는 노란유채꽃과 자운영, 그리고 시설하우스 몇 동에 학교시설을 빌려 체험 및 전시행사를 치렀으니 말이다. 벌써 13회째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지정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지정된 전국단위 축제다.

고도를 높게, 그리고 낮게 행사장 외곽을 두 바퀴 선회했다. 축제 초창기에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인근 야산 경사지에 심어 놓은 나비모양의 철쭉꽃도 이제는 초라하다. 행사장의 규모가 국내 굴지의 놀이시설보다 더 방대해 보였다. 애벌레 모양의 녹색시설물도 눈에 띤다. 함평천을 따라 조성된 전통꽃단지, 행사장 인근 논에 심어 놓은 풋보리밭 등 시야에 들어온 프레임 안에서 버릴 게 하나 없는 그림 같은 배치다.

담양으로 기수를 돌렸다. 죽녹원을 중심으로 한 담양대나무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이 축제도 1999년 죽향축제로 시작해 2003년 담양대나무축제로 명칭을 변경, 올해로 13회째다. 담양읍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산강의 발원지 추월산 용소에서 흘러 온 물이 담양천을 이룬다. 먼저 맑은 물줄기 옆으로 푸르름을 더해 가는 관방제림이 버티고 서 있다.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제366호다. 죽녹원은 담양천을 사이에 두고 관방제림과 죽녹원이 자리하기 때문에 담양천에는 축하 애드벌룬이 떠 있고 관광객을 실은 보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후 시간이지만 주차장과 읍내 이면도로에는 차들로 꽉 차있다. 사실 담양대나무축제는 함평나비대축제에 비해 행사장 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소규모라 할 수 있다. 단지 이곳은 사계절 끊임없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장점이 있다. 한여름에는 대나무녹음을, 한겨울에는 대나무눈꽃을 즐기기 위해서 찾는다.

보성으로 이동했다. 1985년 보성다향제로 시작, 2009년 제35회 때부터 보성녹차대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축제도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지정됐다. 보성은 오래전부터 녹차로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와 영화, TV드라마, 방송 CF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발아래 펼쳐지는, 오랜만에 찾은 축제장은 다른 세상 같았다. 전망대를 갖춘 차박물관이 우뚝 서 있고 각종 체험장, 무대, 농특산물 기념품판매장이 들어 서 있어  대규모의 차밭이 오히려 왜소해 보였다. 길 건너편 주차장에는 공식적인 축제기간이 지났으나 차들도 가득찼다.

돌아오는 짧은 시간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치 한시간 반 동안 세편의 꿈을 꾼 것 같았다. 나비, 대나무, 차밭이 뭐길래. 전문가들이 관광산업효과를 얘기할 때 거론하는 통과형 관광이니, 체류형 관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 서너시간만이라도 다른 시군의 축제처럼 인산인해를 이루는 땅끝해남의 축제는 만들 수 없을까. 해남도 문화자원, 자연자원이 풍부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구슬도 꿰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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