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환경관련 사회단체나 환경관련 부서가 현장에서 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주장하는 것은 생태보전과 환경보호다. 그러나 주민들은 우선 생계보장을 주장한다.

때로는 주민들의 거친 항의를 받기 십상이다.

'너희들이 배고픈 주민들을 위해 해준 게 뭐냐'

거의 막말수준의 고성이기 때문에 환경보호론자들은 그만 풀이 죽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생태학자는 민원이 비등하는 보전지역 주민공청회에서 주민들의 막말을 뒤로하고 공청회장소를 빠져나가면서 '생태보다는 생계'라고 혼잣말을 했다한다.

국립공원이나 습지보호구역, 생태보전지역의 경우 이러한 마찰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규제를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은 생계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환경부는 생계에 지장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국립공원구역 조정 심의를 통해 일부 국립공원에 대해 구역조정을 했다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구역조정과정에서 보수언론과 대기업이 소유한 땅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됐다는 것이다. 주민생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구역조정결과, 국내의 대표적인 해안사구의 생태계를 재벌언론과 대기업이 자행할 막개발의 제물로 내놓은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저녁 국거리가 마땅치 않으면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대바구니를 들고 마을 앞 갯벌로 나가 바지락을 긁어오곤 했다. 순식간에 훌륭한 된장국이 밥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농지를 만든다는 정책입안자들의 짧은 생각과 군민들의 묵시적 동의로 엄청난 갯벌의 경제성이 사라지게 됐다. 바로 해남간척지다. 이후 1998년 당시 해양수산부는 갯벌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했을 때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눈앞에 보이는 생계나 경제적인 이익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난해 갯벌보전정책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90%이상으로 나타났다고 국토해양부는 밝혔다. 국민들은 육상오염물질 정화와 어민 소득원 보전을 위해 적극적인 갯벌 보전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인 'Nature'도 갯벌의 생태적가치는 농경지보다 100배 높다고 밝혔다. 해남은 간척사업에 의해 농경지를 얻은 대신 다양한 갯벌의 가치를 모두 잃게 된 것이다.

갯벌의 가치는 어류생산 및 서식지 기능, 오염정화기능, 심미적·관능적 기능, 홍수·태풍 조절 기능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심미적·관능적 기능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아마 이런 기능이 당장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다른 가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능은 당장 측정이 불가능 할 지라도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경제적 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생태와 생계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생태와 생계를 모두 챙긴 지자체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 생태수도임을 표방하는 순천이다. 그들은 생태자원이란 자원은 모두 경제적 자원화를 하고 있다.

해남의 자연자원은 풍부하다. 경관자원도 그렇고, 생태자원도 어느 지자체에 비해 풍부하다. 또한 한반도의 땅끝이라는 상징성은 심미적·관능적 기능으로 봤을 때 천문학적 가치의 자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훌륭한 생태자원을 생계를 앞세워 마구잡이로 개발, 미래의 천문학적인 자산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묵시적인 방관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군과 주민들이 한번쯤 되짚어 볼 일이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다. 동전의 양면성만 생각하지 말고 콜럼버스 달걀처럼 동전을 세울 수만 있다면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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