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몇해 전 MB정권이 들어선 직후의 일이다.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뽑는 것이 전국적인 뉴스가 될 때다.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전봇대는 죄다 뽑아 버리겠다는 후보 시절 허울좋은 경제대통령의 호기에 편승, 각종 규제 철폐가 전국적인 화두가 됐다. 훗날 각종 언론이 보도했던 대불산단 입구의 전봇대가 그 전봇대가 아니라는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지자체는 훈풍을 만난 맹금류처럼 절대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민원을 가장해 뽑아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던 터라 집중포화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자연공원법에 의한 국립공원관리라는 업무는 각종 규제로 인해 민원의 단골 메뉴였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자연공원법과 국립공원의 엄정관리 때문에 국립공원 지역인 완도 보길도에서는 동백나무를 친친 감고 있는 칡넝쿨하나도 제대로 제거할 수 없다는 억지주장을 보도자료에 담았다. 더구나 농업지역에서는 농작물 보관창고하나도 맘대로 지을 수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또 신안군 홍도는 건축물 규제로 인해 불법건축물이 난무, 대부분의 주민들이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압박해 왔다.

이러한 보도자료 제공으로 일부 언론이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고 업무의 특성상 발벗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도청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명자료를 보내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내려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무기가 '아껴놓은 땅'이었다.
전남은 억울하게도 개발의 뒷전으로 밀린 '아껴놓은 땅'이다. 덕분에 막개발의 위험에서 피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국립공원의 엄정관리 덕택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지에 모텔이 들어서거나 막개발을 막을 수 있었지 않느냐. 아껴놓은 땅인 우리의 고향을 좀더 중요한 자원으로 쓸 수 있도록 보전하자.

처음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지만 우리들의 '아껴놓은 땅' 호소는 다음날 터무니없는 보도자료에 의한 오보를 막을 수 있었다.

과연 우리가 태어난, 우리가 살아 온, 우리의 고향 해남은 '아껴놓은 땅'일까. '버려진 땅'일까.
지난달 26일,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가 해남군 등 4개 지자체에 내년 2월28일까지 신규원전 건설부지를 유치하겠다는 신청을 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소식에 해남사회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술렁임 그 자체다.

한수원이라는 공기업하나가 해남사회를 이토록 들쑤셔놓는 걸 봐도 그 위력은 메가톤급 핵폭탄임에 틀림없다. 한수원이 그 동안 중요한 정보를 감추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쳇말로 '간'을 보고 있다가 연평도사태로 시선이 쏠리자 3개월의 말미를 주고 공을 해남으로 넘긴 것이다.

벌써부터 찬반이 뜨겁다.

아무래도 찬성하는 쪽은 경제논리일 것이다. 천문학적인 보상에 홀린 듯 하다. 그러나 한수원의 담당자는 보상금은 부지매입에 한한다고 잘라 말했다한다. 결국 찬성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낮은 재정자립도를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는 아닌 듯 하다.

찬반 모두 해남의 미래를 위한다고 한다. 심지어 100년을 바라 보아야한다고도 한다. 그렇다. 기대하는 보상금을 챙겨 해남을 떠나지 않을거라면 조상들이 살아온, 우리가 살고 있는, 자손들이 살아 갈 해남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해남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3개월 남았다. 이 3개월동안의 해남군민들의 결정이 바로 해남이 '아껴놓은 땅'이 될 것인지, '버려진 땅'이 될 것인지를 좌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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