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신문을 포함한 언론매체를 '사회의 거울'이라 한다.
1990년 초반 한 지방지 편집국에 살벌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편집국장은 이제 시위사진은 그만 게재하자고 한다. 3일째 화염병과 최루탄이 자욱한 광주를 보여주었으니 독자들이 식상하다는 것이다. 햇병아리 기자는 금남로가 온통 전두환처벌을 요구하며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매일 시위하고 있는데 어찌 '사회의 거울'이라는 신문이 외면할 수 있냐는 것이다. 3일이 아니라 3개월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독자들의 항의와 조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며 사표도 던질 기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일까. 결국 편집국장은 안경을 만지작거리다 말고 게재결정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 모든 경쟁사들이 똑같은 사진을 실었다. 하루살이인 일간지 편집국장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햇방아리 기자가 호기로 부린 원칙론이 먹힌 것이다.

언론매체 종사자들은 언론보도 그 자체보다 보도 이후 피드백에 더 신경이 쓰인다. 군수 막말 보도 이후도 그렇다. 격려전화도 받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전화도 많다. 이것으로 끝낼 것이냐는 것이다. 결국 이것도 사과문이냐는 것으로 귀결된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 과정 중 "해남신문 기자"에 대한 내용으로 인해 해남신문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2010. 11. 18. 해남군수'

해남신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해남군 비서실장이 군수를 대신해 올린 사과문이란다. 이 글을 사과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피해당사자들이 무슨 말을 할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그러나 해남신문은 종사자, 애독자보다 먼저 군민과 향우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기자간담회를 통하든지, 서면을 통하든지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군민, 향우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해야 도리가 아닐까. 그러나 아직 묵묵부답이다.

해남에는 원로들도 사회단체들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다. 원로들과 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나 사과의 말과 함께 주민들과 향우들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오히려 모간부는 행사장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군수 잘못보다는 MBC뉴스의 악의적인 편집 탓이라고 민심을 달래는데 혈안이 돼 있다한다.

MBC뉴스의 편집실수에 관한 한 해남신문이 가장 큰 피해자다. 본사는 해당기자에게 항의서한을, MBC에는 공문을 보내 해남신문의 제호를 익명처리하지 않고 음성을 막음처리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공개사과할 것과 모든 지역신문이 권언유착한 것처럼 인식, 뉴스를 제작한 점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쯤해서 덮으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식상하기 때문일까.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이전 두 군수의 불행한 과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거울' 기능을 하는 신문이 요술거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모습을 정리하지 않고 거울 탓만 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거울은 365일동안 자신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있는 그래도 가감없이 비춰준다. 해남신문도 그렇다. 해남사회를 있는 그대로 365일동안 비춰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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