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오영상(편집국장)
지난 14일 밤 MBC뉴스데스크를 보던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신문기자 너희들도 좀 따라와. 해남신문 기자들도!"

아닌 밤에 홍두깨라 했다. 해남군민들, 경향각지에서 평소 땅끝해남이 고향이라고 자랑하던 향우들, 그리고 해남신문기자들은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해남에 산다는, 해남이 고향이라는, 해남신문기자라는 이유하나 만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일까. 박철환 해남군수가 공인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공기(公器)다. 기자는 공인(公人)이다. 출입기자는 신문사를 대표한다. 학창시절과 햇병아리 기자 시절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얘기다. 그런데 군수는 기자들을 아마 막내 동생의 동네 친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새내기 대학생 시절,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사자성어를 모른다고 반말로 타박하던 노교수님께서 졸업 후 기자신분으로 행사장에서 뵈었을 때 깍듯한 존대어로 대해 주신 것도 아마 공인이라는 신분 때문일 것이다.

MBC뉴스 제목의 일부인 '기자는 부하직원'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군수는 군청직원에게도 반말, 막말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본사 해남군청 출입기자는 청사를 나오다가 MBC취재진과 홍보실 직원들을 보고 무슨 취재인지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군수의 막말부분에서 군수와 눈이 마주친 죄밖에 없다. 반말은 차치하더라도 군수의 명령조 한마디에 기자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갈 것이라 생각했는가. 평소에도 지역기자들이 만만했을까. 그렇다면 만만한 기자 얕보다가 대단한 기자에게 재수없이 당한 꼴인가.

막말은 이미 표출됐다. 그런데 해남군의 위기관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날, 군수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모시는 군청 간부의 해명은 더 가관이다. 본사 임원과의 전화통화에서 군수가 막말에서 입에 담은 매체는 해남신문이 아니라 해남○○신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남신문이 아니니 오해 말라는 것인가. 지금 문제의 본질도 파악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위기를 넘겨 보자는 것이다. 당일 군청 홍보계 직원이 촬영한 동영상만 보아도 알수 있지 않은가. 과연 해남군에는 비서라인과 홍보라인이 있는 것인가. 만약에 군민들과 향우들이 냄비근성이라 곧 식을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는가. 깊은 계곡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기다리고 있다면 오산이다. 곧 바위를 삼킬 듯한 큰 계곡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은 총에서도, 돈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바로 민심에서 나온다. 그 민심이 방송 다음날 전화기를 타고 귀청을 때렸다.

"해남군에서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 "기자노릇 제대로 해라" 차마 다 나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가장 살기어린 적대감은 따로 있었다.

"이러다가 지산동 포토라인에서도 기자들에게 막말하는지 보고 싶다"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더 뜨겁다. 그래도 다행이다. 악플러를 막기 위해 게시물에 대해 금기어를 정해 자동 필터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동안 올라온 금기어 대상은 이렇다. 그래도 나름대로 필터링을 많이 했음을 밝힌다.

'해남군수, 막말, 반말, 권위, 자만, 창피, 선거, 최소한, 운없게, 투표, 한심, 고향, 부모님, 암울, 막돼먹은, 해남고구마, 기초, 개그, 꽁트, 손가락, 화면빨, 당적, 한표, 쪽팔림, 주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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