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모형으로 형상화된 정원수 가득

거북이 모양, 구름모양, 학 다리 모양, 뱀 모양 등 온갖가지 모형으로 형상화된 나무들로 꾸며진 정원, 웅장한 한옥집에 사철 푸르름을 품고 있는 현산면 매화리 정영동씨(72) 댁을 찾았다.
정영동씨가 60여년에 걸쳐 가꾼 정원의 나무들은 그 수형이 참 재미있다.
정씨는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회양목과 향나무를 다양한 모양으로 형상화시키기를 즐거워한다. 회양목은 구름모양과 원통, 거북이, 원탑, 원추형 모양 등으로 형상화시키고 향나무는 잎보다는 나무줄기를 형상화시키길 즐긴다. 구불구불 뱀 모양, 다리 하나 들고 서 있는 날씬한 학 모양, 동그란 고리 모양 등 상상하기 힘든 모형들이 자유자재로 만들어져 그의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정원에는 모형이 시도되지 않은 나무들이 거의 없다. 동백나무도 원형탑으로, 목련도 가지들이 밑으로 둥그럽게 처진 형태로 형상화 돼 있다. 그야말로 그의 정원은 다양한 수형들이 집합해 있는 모습이고 인간이 나무에 가할 수 있는 모든 시도가 그 결실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정영동씨 정원을 장식한 나무들은 그 수형뿐 아니라 60년이 넘은 오래된 나무로도 유명하다. 나무 줄기 모양이 너무도 아름다운 향나무는 1백살이 넘었고 벚꽃도 1백년 가까운 나이를 먹었다. 또한 그의 정원을 주로 장식하고 있는 회양목은 70여년 가까운 수령을 자랑한다.
그가 정원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다. 완도 보길도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일본인 교장선생이 보길도 자생나무인 회양목을 학교 정원수로 가꾸는 것을 보게된 것이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그후 중학교 때 부모님이 지금의 현산 매화리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는 지금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사 올 때 그는 중학생의 몸이었지만 보길도에 자생하고 있는 회양목을 지금의 집으로 가져와 심었다.
한그루도 아니고 꽤 되는 양의 회양목을 옮겨와 심은 후 지금껏 가꾸어왔고 이미 이곳에 심어져 있었던 향나무와 벚나무도 정성껏 가꾸어 왔다.
그는 정원수로서 향나무와 회양목에 대한 애착이 대단히 강하다. 회양목과 향나무는 일년 내내 푸르른 사철나무인데다 다양한 수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회향목은 그의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보길도의 자생목이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간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그의 1000여평에 까가운 정원은 거의 회양목과 향나무로 장식돼 있다.
봄에는 정원가를 싸고 있는 하얀 벚꽃과 정원 가운데의 철쭉꽃, 동백꽃, 목련이 회양목과 향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홍단풍과 주렁주렁 매달린 감등이 계절마다 그의 정원의 정취를 새롭게 해 준다.
5칸 접집의 웅장한 한옥과 그 한옥을 둘러싼 넓은 정원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발견된 이 집을 보고 묵기를 청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무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자식들은 모두 객지로 떠나고 노부부만 남아 1500여평의 대지와 한옥을 지키고 있다는 정영동씨는 누가 이어받을지 모를 나무와 집을 오늘도 정성껏 가꾸고 있다.
논 2만여평과 밭농사 5000여평, 소와 염소를 키우며 살고 있는 그는 농한기를 맞은 요즘 정원 손질에 여념이 없다.
그의 집에는 볼것이 참으로 많다. 우리지역에서 찾기 힘든 한옥의 웅장함도 그렇고 다양한 나무의 수형, 집뒤의 벌꿀, 외양간의 염소와 소 등 옛 농촌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풍경들이 참으로 정겹게 다가오는 공간이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그의 집은 정원수나 한옥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번 가봄직하다.

<정영동씨 정원은 다양한 수형들이 집합해 있는 모습이고 인간이 나무에 가할 수 있는 모든 시도가 그 결실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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