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한 승화시킨 남미 음악

한달전 해남신문에서 시사이 초청공연이 있다는 글귀를 읽고 마음이 쏠깃했다. 남미의 전통음악을 접한다는 생각에…. 한달 기간의 여유로움에 시사이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릴 즈음, 무심코 본 프랑카드, 그런데 그 공연이 바로 오늘이었다.
저녁 7시, 공연을 보기위해 서둘렀지만 행사 관계로 도로는 복잡했고 공연은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부랴부랴 문화 예술회관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 캄캄한 관객석과는 달리 무대쪽에는 안데스 음악의 진수를 알리듯이 색색의 라이트와 은은한 음악이 강력한 기법으로 터지고 있었다.
객석은 꽉차 있었고 통로에 앉기 위해 앞쪽으로 가고 있는데 내 허리춤을 잡아당기며 “젊은이 나도 좀 끼워 줘, 나도 이런 음악 좋아해” 하는 할머니가 계셨다. 나이가 지극히 드신 할머니였는데 나도 뭔가 안다는 기세였다. 객석을 둘러보니 중·노년층도 꽤 많이 참석해 심연을 기울이며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흡사 우리나라 전통 음악과 맥락이 비슷한 애수가 담긴 음악이라 어르신들도 열중하는가 싶었다.
그들의 음악은 우리와 비슷했다. 약소국가로서 잉카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한과 서러움을 전 세계에 몸짓으로 음악으로 강한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그들.
시사이는 중남미의 전통 악기와 의상으로 민족애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쓰러져 간 제국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 순간 그들과 서로 공유할 수 있었고 세계가 하나라는 말을 실감했다. 박수 치고 환호하는 속에 문화가 교류됨을 알 수 있었고 ‘람바다’가 울려 퍼질 땐 우린 함께 어우러져 그 정렬 속으로 빠져들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대대로 내려오는, 몸 속에 흐르는 피의 선율이 아닌가 싶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다’는 명언을 5인조 그룹 시사이를 통해 다시 되새기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장근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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