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면 방축리 오오님 할머니가 추석 날 내려올 서울 딸과 광주 아들에게 줄 참기름을 짜고 있다.

"아그들아 이 엄니는 노래 부를 때가 제일 좋아야. 아침 일쩍 노인복지관에 와서 노래 부르고 점심때도,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이랑 노래 부르며 재미있게 산께 엄니 걱정하지 말고 빨리 오그라 잉" 김군자(75. 마산면 학의리) 할머니.

 

세상이 훤하단께, 길에 있는 간판도 읽을 줄 알고 좋아 죽겄어. 그런디 야들아, 수업시간에는 얼매나 열심히 한디 돌아서문 잊어부려야. 그라고 니 엄니가 신문에 나온다고 하냐. 80이 다돼 뭔 일인가 모르것다.
<19일 노인종합복지관 한글교실서 윤길례(80. 삼산 신흥), 박소녀(70. 화산면 솔개), 김금순(81. 읍 남동), 김순례(76. 읍 해리) 엄니. 사진 오른쪽부터>

 

"뭐할라고 사진을 찍으요, 워따 시상에나"라며 고추포대를 싣은 수레를 밀며 방앗간을 찾는다. "뭐하러 가세요" "고추방아 찧으러 가제 애기들 줄라고".(화산 방축리 건천댁)

 

"둘만 있으문 뭔 추석이겄어, 자식들이 온께 장만도 하제"
자식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은 하루하루가 설레기만 하다.  할머니는 자식들 주려고 잘 말린 고추를 곱디고운 빨간 고춧가루로 빻을 것이란다. (옥천 만년마을 김종여 할머니)

 

9남매를 키워낸 문내면 동외리 이덕례(84)할머니.
 비가 그친 틈을 타 배추를 심으로 나선 길에 자식들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보고싶다'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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