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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삽질 좀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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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등록일
2009-11-17 07:51:15
조회수
4295
귀의 삼보 하옵고. 미황사를 아끼는 마음 지역민이나, 불자나,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호감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이 든다. 폐사에 가깝던 미황사를 일으켜 세워 남도의 번성한 사찰로 만든 현 주지스님의 공이 큼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과가 같이 있을 것이고, 종요문제의 특성인지 모두들 그의 공로만 칭송하고 싫은 소리는 서로간에 조심하는 것 같아 인터넷사이트 낙서판이래서 몇자 긁적인다.


- 절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안내판에서 그곳 대웅전의 범어와 그림과 조각들이 인도 아잔타석굴과 중국 둔황석굴에 비견된다나 어쩌나 하는 말을 접할 수 있다. 물론 비견할 수 있다. 그러나 솔찍히 가슴에 손을 엊고 한번 생각해보자. 미황사의 그것이 두개와 비견될 만 하나? 이거 너무 촌스러운 생각이다. 물론 우리 것이 최고인 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그렇겠지만, 객관적으로 그런 건 별 문제다. 안내문은 객관성을 생명으로 할텐데 말이다. 내게도 못난 농사꾼인 우리 부모가 세상에 최고다. 누구에게나 자기 것은 최고다. 그래서 이 말 듣고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니깐, 이런 표현은 절의 중창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지스님의 관점의 드러냄에 다름 아닐 터, 그의 다방면에 걸친 취미생활은 자세히 보면 불도에도 어긋나고, 중생제도에도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는 절의 건물을 중창시키는 데 바치는 공력보다 절의 유래나 사적들을 정리해 사적으로, 학문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은,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거의 접한 바가 없다. 일테면 이렇다. 금강스님은 사진찍고 음악듣는 취미생활을 하기에 앞서 부도전 선각들의 비문들을 번역하고 연구해서 현재의 '민간전승설화'를 넘어서는 과학적인 남방불교 전래설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그에는 등한히 하고 불사에 더 관심이 많고, 취미생활에 더 관심이 많으니 이거 무슨 일이냐는 거다.


- 얼마 전에 국민세금을 왕창 받아다 지은 대웅전 앞 큰 건물은 미황사의 백미인 대웅전 앞의 남해 창망한 바다의 풍경을 꼭 막아버렸다. 이제 그 윗 건물로 올라가 그것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잘 안보일 정도로 건물은 우람하다. 이게 무어 문제냐고? 단지 풍치의 문제인가? 대부분의 사찰들은 대웅전 본전불을 중심으로 가람을 배치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까 새로 지은 그 큰 누각은 그 부처님의 앞을 면벽처럼 가려버렸다는 것이다. 그가 정말로 문화를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고 그런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부석사의 경우 지그재그로 건물을 배치해서 눈앞의 풍치를 끌어들였다. 그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왜 미황사는 꼭 군발이들 버릇처럼 직선으로 큰 건물을 새로 지어서 앞을 막아버렸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말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경우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적는다.


- 찻집 밑에는 무슨 일주문인가를 새로 지어놓고 그 위에는 아름드리 나무를 삭뚝삭뚝 잘라버렸다. 금강스님에게 묻는다. 그거 허가 내고 자른 것인가? 법에는 분명 허가를 받아서 잘라야 한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군에서는 하가를 내줬는가? 어떤 근거로 허갈 내줬는가? 그렇게 불사란 이름으로 환경을 훼손해도 되는가? 설사 법절차대로 허가나 나왔다 하더라도 애먼 나무를 삭뚝삭뚝 잘라버리는 게 불살생의 섭리에 어울리느냐는 거다.

- 또 있다. 지금 부도전 가는 길에는 포장공사를 하는지, 확장공사를 하는지 중장비들을 가져다 공사를 하고 있다. 그것도 그만뒀으면 좋겠다. 왜, 거기까지 차 갖고 들어가시기에 불편하나? 왜 애먼 산길을 다니면 몇이나 다닌다고 중생들 돈 긁어간 세금 가져다가 삽질을 하느냔 말이다.


대저 국민세금은 중생들의 불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아끼고 또 아껴야 할 사찰의 그 풍습이 아니라 쓰고 또 써서 물산이 풍족해 남아도는 모습이 어디에서도 쉬이 눈에 띄니 이게 왠일이냔 말이다. 미황사는 수년간 수행도량이라기보다는 공사판에 가까웠다. 제발 관 둬라(Let's it be!) 국가경제가 어렵고 서민경제가 말이 아니다. 이런 판에 미황사는 무슨놈의 돈이 그렇게도 많아서 수년 전부터 아예 공사판을 차려놓고 끝없이 공사를 벌이느냔 말이다. 절 돈이라면 또 말이라도 않겠다. 절 돈도 아니고 세금을 가져다 그렇게 한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아무리 정부 돈은 눈 먼 돈이어서 으짜든지 먼저 댕겨다 쓰는 놈이 임자라지만, 이건 나날이 웅장해져 가는 미황사의 모습이 청정 수행도량으로서의 미황사라기보다는 랄라리 판에 가까워진다면, 이는 수행납자의 길이 아니라 마구니의 길에 다름 아니다.

미황사는 주지스님의 것이 아니고, 불자들의 것도 아니며 이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대웅전의 만불전을 자랑하기에 앞서, 만불전의 마음을 생각하시라. 그런 마음이라면, 내 절이라고 해서, 내 소임이라고 해서 내맘대로 하는 건 제고해봐야 할 것이다. 천고에 널리 주지스님 칭송만 자자한데, 이렇듯 험담을 늘어놨으니 나는 필시 아수라판에 빠질 모양이다. 그렇거나 저렇거나, 숙고 바란다.
작성일:2009-11-17 07: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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