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고 탈락 어디로 가야하나 ``막막``

매년 200~300명 타지 학교로 진학 어쩔 수 없나
인구이동 자금유출 지역경제 마이너스 효과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모(45 해남읍)씨는 요즘 잠 못 드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자녀가 해남고등학교를 지원했으나 탈락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진학문제도 걱정이지만 아직은 어린나이에 처음으로 패배와 좌절감을 접해 자칫 심각한 자멸감 속으로 빠져들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위로해주며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만 충격 여파는 가시지 않아 매일 밤잠을 설치는 일이 부지기수. 하는 일까지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들 생각 때문에 고심속에 살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해남고등학교는 2005학년도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 했다. 해남중학교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이 특목고 지원을 기피하고 해남고로 대거 진학한데다가 타지 학생들 상당수가 해고로 지원해 중위권 학생들 24명이 탈락하게 됐다. 최근 들어 중학교 3학년들의 고등학교 진학이 지역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의 경우 중학교 졸업생수는 994명이지만 고등학교 입학정원이 692명에 불과해 302명이 타지역으로 진학했으며 올해는 졸업예정자 수가 940명이지만 신입생 정원은 760명으로 180명이 외지로 진학할 수 밖에 없어 매년 상당수 학생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지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지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고등학교 진학문제가 해남 인구감소 요인이 되고 있다. 해남중 한 학부모는 교사와 상담한 결과 자녀가 해남고로 진학할 수 없는 것을 미리 파악해 원서접수도 하기전에 일찌감치 목포로 이사했다. 무리하게 해남고를 진학해 어린자녀에게 패배감을 안겨 주는 것보다는 교육여건이 한층 나은 곳으로 옮긴다는 판단이다. 또 해남고를 지원했다가 탈락한 해남여중 한 학부모도 타지역으로 이사갈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문고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타지 고등학교로 진학할 경우 자녀의 거주와 적응력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마땅한 친척이 없거나 학교내 기숙사 시설이 없는 경우 자취나 하숙을 해야 되지만 자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자칫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청소년기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예 전 가족이 이사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지 않고 있다. 중3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생이 최선을 다 해주길 바라지만 몸이 아프거나 사고가 생기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고교 진학의 걸림돌이 될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피말리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고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일부 학부모의 경우 건강마저 쇠약해져 사회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지경에 처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중학교 입학때부터 성적이 좋고 1학년까지 공부를 잘 했던 최모군은 2학년때 몸이 아파 병원신세를 지면서 성적이 떨어지게 됐고 3학년이 돼 열심히 공부했으나 이번에 해남고 지원에서 탈락했다. 최군의 부모들은 “탈락한 것도 안타깝지만 중학생 졸업생 수보다 신입생 정원수가 부족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 남거나 아니면 반강제로 타지역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화가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녀가 외지로 갈 경우 년간 들어가는 돈이 약 1천만원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약 300명이 3년동안 타지역에서 쓰는 돈이 줄잡아 90억원에 이르러 지역 자금 역외 유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 돈으로 인문고를 하나 신설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문고 부족에 따른 부작용 현상은 매년 발생되고 앞으로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위 구성이나 범국민적 논의가 절실해 군과 교육청, 의회, 사회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마련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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