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농업과 농촌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고자 농협에 발을 딛은 지도 어느새 22년이 됐다. 조금이나마 보람된 일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0년 간의 유통현장을 떠나 사무실로 들어와 보니 농어촌부채대책 관련업무로 창구가 몹시도 붐빈다. 그러나 창구를 찾는 조합원들의 표정에서는 예전의 너그럽고 여유롭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가 올 경제적 사회적 불안에 대한 초조함만 감돈다. 오늘의 농업의 현실을 보면 농사를 짓는 것 보다 빈 땅으로 두는 게 유리한 지경까지 왔다. 하지만 우리 농업관련 공직자들은 무엇을 했는가. 하루하루 자리보전을 위한 무소신과 눈치보기식 업무추진으로 일관했다 해도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우리 조직의 정서는 조직의 이해를 위해 적당히 하는 직원들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그 결과 우리 농업과 농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본다. 농업관련 부문에 몸담고 계시는 공직자들은 어려운 농업과 농촌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깊이 반성하고 또 무엇을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우리 공직자들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의 권익을 위하여 몸 받칠 때 농민들은 우리 공직자들을 신뢰하고 그 바탕 위에 농민들과 함께 동반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며 그것이 농업개혁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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