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생계 달린 우량농지 또 빼앗길 수 없다" 반대
해남군, 의견수렴 방안 재추진·심포지엄 등 대책 강구

▲ 부동지구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사업 주민의견 경청회가 지난 27일 산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지만 주민들이 경청회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며 경청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위 사진은 원항마을에 걸린 태양광 반대 현수막.
▲ 부동지구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사업 주민의견 경청회가 지난 27일 산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지만 주민들이 경청회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며 경청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위 사진은 원항마을에 걸린 태양광 반대 현수막.

해남군과 전남도가 산이면 솔라시도기업도시 구성지구 인근 부동지구에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자 지난 27일 오후 2시 주민의견 경청회를 갖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파행됐다.

이날 산이면 부동지구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설명 후 집적화단지 신청 절차를 밟아나가고자 했던 해남군과 전남도는 고심에 쌓였다.

해남군과 전남도는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집적화단지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업도시 구성지구 내 추진 중인 RE100 산업단지에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부동지구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 27일 오후 2시 산이초등학교 강당에서 주민 경청회를 열고 부동지구 태양광 발전사업 개요, 절차, 민관협의체 구성, 주민 이익공유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었다. 부동지구 태양광발전 사업은 가칭 햇빛공유 집적화단지 조성사업으로 부동리 일원 1085만4138㎡(약 328만평) 부지에 1, 2단계로 나눠 각각 500㎿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1조7840억원(민자투자)으로 추정되며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구성지구 RE100 전용산업단지 내 공급함으로써 데이터센터 등 RE100 실천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계가 달린 우량농지를 또다시 빼앗길 수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청회 장소에 '부동지구 태양광 반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찾은 주민들은 설명회를 열지 말라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산이면 곳곳에는 마을주민 일동의 이름으로 '간척농지 목숨 걸고 지켜내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부동지구 간척농지는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주로 현재 17개 법인(262명)과 오는 2024년까지 임대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주민들은 경청회에 참석했던 도의원과 군의원에게 "태양광에 동의하는 것이냐", "설명을 들으려면 의회로 불러서 들어라" 등 강하게 항의해 의원들은 쫓겨나듯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부동지구 인근 마을에 산다는 주민 A 씨는 "태양광이 들어서면 신흥, 부동, 흑두마을은 태양광으로 둘러싸여 살 수 없는 마을이 될 것이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주민 B 씨도 "바다를 막아 간척농지를 조성할 때는 농가에 농지를 나눠주겠다고 해놓고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으면서 기업도시나 해군기지, 대규모 농어업회사 등으로 우량농지를 빼앗아 가고 있다"며 "또다시 염해농지라는 논리로 부동지구 우량농지까지 빼앗으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최초의 약속대로 간척농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난 후 각 농가로부터 매입하든지 임대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는 사업으로, 설명을 듣고 찬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농지를 빼앗는 것이 아닌 쌀값 폭락에 배추도 갈아엎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자치단체의 역할이라며 차라리 역간척해 바다로 다시 돌려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참석자들은 설명회를 들어보고 이해득실을 따져 타당하지 않으면 그때 반대해도 되지 않냐며 경청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참석자의 태양광 결사반대 목소리에 묻혔다. 일각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게 낫겠다는 푸념도 나왔다.

반대 주민들은 경청회가 열리면 이를 근거로 사업추진에 나설 것이다며 경청회 개최를 막아섰으며 오후 2시 47분께 주민들이 모두 나가면 경청회를 열지 못할 것이라며 일제히 행사장을 빠져나가 행사장이 텅 비게 됐다.

결국 해남군과 전남도는 설명을 하지 못한 채 경청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해남군은 주민들이 실득을 따져 볼 수 있도록 설명회 자료를 준비했지만 설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이다. 단 구성지구 RE100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부동지구 태양광 집적화단지가 추진돼야 하며 일부 설명을 들어보자는 의견도 있는 만큼 부동지구 인근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먼저 설명회를 갖는 방안, 다시 한 번 산이면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 방안, 집적화단지 논의를 위한 민간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영농과 태양광을 함께하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추진하는 경작자 보호 대책과 주민참여형 집적화단지로 추진했을 때 정부 인센티브와 채권참여 이익금 등 주민들이 실득을 따져볼 수 있도록 설명회를 마련했는데 개최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농지를 지키려는 농민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지속가능한 해남군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 판단해 추진되는 만큼 조만간 다시 한 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해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군은 부동지구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타당성 용역을 비롯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포지엄 등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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