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무실 대청소가 있었다. 관습처럼 보관만 하던 자료를 분류하고, 오래된 사무용 집기도 정리했다. 10년 넘게 해남을 누벼온 한 기자도 케케묵은 기자수첩을 정리하고, 손으로 하나하나 적었던 회계 장부와 수백 개의 종이 통장들도 일부를 제외하곤 창고를 떠났다.

인공지능을 이긴 최후의 인간 이세돌 9단의 쓸쓸한 퇴장을 시작으로 너무도 빠르게 우리의 인식과 일상이 바뀌었다. 그것은 도시와 시골의 구분이 없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다.

기술은 언론과 저널리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년 전 기자와 오늘날 기자의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 영화 1987을 보면 기사는 원고지에 쓰고, 마감 시간이 되면 공중전화 쟁탈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문구점으로 달려가 팩스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 현장에서 기자수첩을 들고 있는 기자는 거의 없다. 스마트폰의 앱을 사용하면 음성 파일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문자로 변환돼 젊은 기자들에겐 필수 도구로 여겨진다고 한다.

작년 12월 공개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쉽게 말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엇이든 답해주는 로봇이다. 로스쿨 시험도 가볍게 통과했고, 한국어를 비롯해 26개 언어를 구사한다. 이미지도 분석 가능해서 완성된 요리 사진을 보여주면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향후 5년 안에 노동인구의 20%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챗GPT에게 미래에 기자 직업은 어떻게 변할까 하고 물었다. '미래에는 기존 기자들이 하는 일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기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변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리포트 분량의 대답이 나온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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