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부딪힌 여러 현안 가운데 하나는 일손 부족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젊은이들은 떠나면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사실상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농업에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3~5개월 비자를 받은 계절근로자와 불법체류자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농촌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인력소개소를 통해 많은 불법 체류자가 농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농가에서는 불법인지 여부를 떠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한 번씩 불법체류자를 찾아내 추방하곤 한다.

해남의 들녘에도 본격적인 영농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부가 오는 4월까지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미 고질병이 되어버린 일손 부족을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해결하고 있는데 영농철을 앞두고 정부가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후 화산에서 해남읍 방면으로 가던 준중형버스가 법무부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반에 적발됐다. 이 차량에는 불법 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근로자 18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화산의 한 영농조합법인이 고용해 고구마 선별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다. 문내면에서도 지난달 한 농가에서 밭일을 위해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적발돼 출국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대적인 단속에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불법 체류자라도 없으면 누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이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하필이면 왜 영농철이 시작되는 지금이냐는 것이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당분간 일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인력난 심화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법체류 근로자에 대한 단속은 필요하다. 하지만 영농철에 접어들면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산물값 폭락에 인력난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농사짓기를 버거워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런 농민들의 아픔을 모른 채 하면 안 된다. 법 집행도 농촌 현실을 감안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농민들의 깊어가는 한숨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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