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전체 벌통 70%가 피해 입어
정부 지원 약제 효능 떨어진 요인
응애 아닌 낭충봉아부패병 주장도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꿀벌 집단폐사와 관련해 응애 방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농가 탓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양봉농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2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꿀벌 집단폐사 원인이 방제제에 내성을 지닌 응애 때문이라 밝히고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꿀과 로열젤리 등 양봉산물 생산을 위해 방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양봉농가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농가들은 그동안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집단폐사 주된 원인을 응애 때문으로 분석하고 방제약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특정 약품을 지원했지만 이 약품의 경우 살충제 성분인 플루발리네이트 함유량이 다른 약품보다 적고 효능도 크게 떨어졌다며 내성이 생긴 것은 농가 탓이 아닌 정부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모든 원인을 가축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응애로 몰고 가면서 다른 요인에 대한 연구나 분석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해남군지부 진귀만 부회장은 "처음 집단폐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에서 낭충봉아부패병과 관련한 요인이 많이 발견됐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자칫 응애로 잘못 짚을 경우 앞으로도 피해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낭충봉아부패병과의 연관성을 지금이라도 밝혀내고 미국에서 백신 도입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되는데 사체나 살아있는 꿀벌에서도 원인균이 많이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봉농가들은 또 해남의 경우 숲 가꾸기 사업을 하며 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이 되는 아까시나무 등 밀원수를 베고 다른 나무를 심으며 밀원수 관리가 안됐고, 농경지에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면서 제대로 양봉농가에 작업 알림이 이뤄지지 않아 꿀벌피해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진귀만 부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꿀벌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남의 경우 전체 벌통의 70% 이상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함께 생색내기식 지원보다는 입식자금 지원과 방제 약제 확대, 재해인정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등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양봉협회는 9일 세종시에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전국의 회원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꿀벌 집단폐사 피해대책 촉구를 위한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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