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교사)

 
 

최근 세계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생태위기와 코로나 등의 전염병 창궐, 인구의 급격한 소멸, 늘어나는 갈등 심화, 디지털 4차산업혁명 등의 예측 불가능 시대를 맞이하였다. OECD는 대전환에 대응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하여 '2030 프로젝트 학습나침반'을 제시하였다.

이에 교육부는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기치로 2022 개정 교육과정(2024년부터 연차적 실시)을 고시하였다. 미래 변화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 및 기초소양 함양 교육 등이 개정 골자이다.

지식 중심의 시험 결과만을 중시하는 줄 세우기 교육은 학생들의 삶과 성장에 큰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목표는 결코 '지식'의 차원에서만 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정체성, 자신감, 적극성, 창의성을 촉진하는 감성적 요소 등) 및 의지적(의욕, 책임감, 공동체 의식, 시민의식, 여러 학습 습관 등) 요소들의 종합적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주로 학업성취도 평가나 수능성적과 같은 표준화된 시험성적만을 의미해 왔다.

이러한 사회에서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학력을 키우기보다는 타인과 경쟁 속에서 '점수'를 위한 교육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학력은 남보다 잘해야만 하는 경쟁이고, 선발에 이기기 위한 시험성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경쟁과 선발 기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수 학생을 패배자로 만들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2015년부터 미래지향적 변화를 위해 학생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역량교육을 천명하고 교육 혁신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입시제도나 국민의 학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역량교육은 '학력 저하'라는 프레임과 장벽에 부딪혔다. 전통적인 학력관에서 비롯된 학력 저하라는 비판은 현장의 실질적인 교육과정 변화를 어렵게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교육목표)이 보여주는 새로운 학력관과 역량중심 교육은 지식 전달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살아갈 힘, 즉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것뿐 아니라, 공동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삶의 역량을 키우는 관점이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역량들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가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의 교육목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교육 가족 외에 전 국민의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 속에서 미래 학력관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의 학력관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루어지고 이를 구현할 학교 자율 교육과정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히 놀면서 친구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속에서 관계 능력을 배우며, 신체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중요한 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실력을 키운다는 맹목적인 목표로 가계 출혈 뿐 아니라, 일말의 짬도 없이 아이들을 성적 경쟁에 내모는 현실은 돌아보아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학력은 문해력과 수리력, 디지털 기초 소양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시대에 살아갈 학생들이 디지털 소양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소양 교육은 단순한 기술교육만이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 인간이 소외되지 않고, 존엄을 지키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기주도성, 협력적 소통, 공동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본질이다.

행여 2023년 새 학기에 교사의 숫자를 2500명 이상 감축한 그 자리에 에듀테크 외부 사설업체가 기술과 인력과 장비와 교재를 들고 들어와 영업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미래교육의 핵심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미래 삶과 성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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