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정(삼산면 효서재)

 
 

한반도의 오랜 역사에서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저급한 국민 의식'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것은 다소 엉뚱하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국가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국방력과 국민 의식이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고 세계인은 말하고 있지만 작금의 국민의식 수준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든다.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사과하라니까 먹는 사과 한 알 놓고 사진 찍어내고 "날리면이다" "바이든이다"하며 온 나라가 소동에 빠지기도 했다. 외국 순방 도중에 굳이 남의 나라 적이 누구라고 적시하는가 하면 도사가 영국 여왕 시신에 절하면 안 된다고 해서인지 모르지만 두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단 10명의 교통통제 경찰만 배치해 호루라기와 신호봉만 휘둘렀어도 될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아까운 젊은이들이 159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얼마나 우리의 가슴 찢어지게 하는 일인가. 그런데도 국가 운영을 책임진 공직자들은 책임은커녕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분통 터지는 나라에서 우리 국민의 의식 세계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많이 배우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라를 위해 얼마나 헌신적이며 애타적인 일에 앞장서 국민의 칭송을 받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 모든 게 우리 개인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온 자아를 새롭게 독립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역사적 사실(사건)에 대해서도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착한 놈, 나쁜 놈이 누구인가를 올곧게 정의하지 못했고 또 정의라 할 수 없는 것을 정의라고 가르치고 배웠다. 예를 들어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당시 충신이 누구이고 간신이 누구인지 지금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또 알 필요도 없다고 가르쳤다. 그저 나만 잘 먹고 배부르고 따스하면 되지 골치 아프게 남의 일은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미국이 어떤 위험에서도 우리나라를 지켜줄 것이고 구원해줄 것이라고 일부 정치하는 사람들이 호도하며 말한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절대 도외시할 수 없다고 하고,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우리의 영원한 발전과 통일을 진정으로 바라는 나라는 있을까.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되었다고 하지만 일부 기독교인의 일탈을 보면서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여러 상황을 보노라면 과연 우리의 국민 의식은 얼마나 선진화되었을까 되묻게 한다. 이제라도 우리의 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여러 속박에서 독립하고 해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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