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계절근로자

▲ 지난 17일 비닐하우스 정리 작업을 마친 박성일·보 티 태이 씨 부부와 보 씨의 오빠, 남동생 부부. (사진 왼쪽부터)
▲ 지난 17일 비닐하우스 정리 작업을 마친 박성일·보 티 태이 씨 부부와 보 씨의 오빠, 남동생 부부. (사진 왼쪽부터)

"한국으로 시집온 여동생 집안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고 선진 농업기술도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5개월 근로기간이 만료되어 귀국 후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 싶습니다."

결혼이민자 가족 및 4촌 이내 친척 초청 프로그램을 통한 계절근로자 자격으로 지난 13일 한국에 도착한 보 반 민(42) 씨. 베트남에서 온 그는 해남군이 올해 처음 도입한 가족 초청 형식으로 남동생 부부와 함께 입국한 첫 외국인 계절근로자이다.

산이면 상공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장을 운영하는 박성일(55)·보 티 태이(38) 씨 부부는 해남군이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결혼이민자 초청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26일 신청서를 냈다. 박 씨가 처가 식구를 계절근로자로 초청한 지 49일 만에 도착한 것이다.

박 씨는 32개 동의 비닐하우스 5000평과 밭 17ha(5만1000평)에서 기본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농작물을 재배한다. 고구마를 비롯 배추, 고추, 참깨, 아스파라거스와 열대작물인 망고 등이다. 이런 규모의 농사에는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지만 이를 감당할 근로자를 적시에 고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2005년 고향으로 내려와 베트남 아내와 결혼하고 18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 이후 7~8년은 동네 어르신의 일손을 구했으나 점차 고령화로 외부에서 인력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인력소개소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쓰려면 매일 데리러 다녀야 하고 인건비도 하루 15만~17만 원에 달해 연간 5000만 원 정도 나갑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한 달 정도 고용하려면 소개비 35만 원을 덤으로 줘야 하고 숙식도 책임져야 하는 데 가족이 아닌 이상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온다던 외국인 근로자가 1만~2만원 더 준다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농사에 차질을 빚곤 했습니다."

박 씨는 그동안 안정적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베트남 처가 사람을 오도록 하고 싶었으나 제도적으로 어려웠다. 이런 차에 해남군이 결혼이민자 가족·친척 초청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박 씨의 아내 보 씨는 "친정 식구들이 몇 년 전부터 우리 집에 와서 일하고 싶었으나 초청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젠 가족과 함께 일 할 수 있어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입국한 보 씨의 가족은 오빠와 남동생 부부 등 3명. 오빠(보 반 민)은 베트남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운전하던 남동생(보 탄 릉·33)과 미장원을 하던 올케(응우엔 티 베 원·31)는 농사가 서툴다. 이들은 입국 후 지난 15일부터 비닐하우스 정돈이나 농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남동생 부부는 "날씨는 좀 춥지만 맑은 공기가 아주 상쾌해서 좋다"며 "아직 일이 힘들지 않고 조카도 보면서 즐겁다"고 말했다.

이들은 창고 2층에 마련된 관리동에 기거한다.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고 했다. 베트남 음식 재료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처음으로 맞는 휴일에는 단란한 시간도 보냈다.

이들은 앞으로 고구마, 고추 모종을 비롯해 비닐하우스 작물 재배 등의 일을 하며 월 200여만 원의 급여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면 추가로 수당도 받게 된다.

박 씨는 "계절근로자 형식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5개월간 일을 마치는 7월에는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여건이 되면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초 베트남 친척 9명을 신청해 다른 농가와 형평성 때문에 3명밖에 오지 못해 아쉽지만 당분간 일손 걱정을 덜게 되어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해남군이 올해 처음 도입한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형식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농가에서는 인력난 해소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에 따른 영농차질 등의 걱정도 덜게 됐고 외국 친척들의 경제적 지원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초청 형식으로 한국에 온 계절근로자들도 적응이 빠르고, 불법 브로커의 알선으로 입국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에서 가족·친척을 초청하려는 농가가 많다. 올해 들어 읍면사무소에서 매월 10일 신청을 받는 가운데 현재 15농가에서 47명이 접수한 상태이다. 대상 국가도 베트남을 비롯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농가에서 신청한 가족·친척 초청 인원은 제한적이다. 올해 해남군이 법무부로부터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업 266명, 수산 130명 등 396명으로 이런 한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결혼이민자 가족·친척 초청을 통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신청 이후 입국하기까지 1개월 보름 정도 소요된다"면서 "법무부의 배정 인원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농가가 원하는 만큼은 이뤄지지 않지만 앞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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