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 어란 물김 위판현장 가보니

▲ 어란 물김 위판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 어란 물김 위판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 물김을 싣고 어란항에 입항한 배에서 물김을 하역하고 있다.
▲ 물김을 싣고 어란항에 입항한 배에서 물김을 하역하고 있다.

지난 14일 12척만 경매에 나와 10분 만에 종료
포대당 15만원선 낙찰… 물량 예년 20% 수준
장기간 갯병 피해에 고수온으로 김 엽체 탈락
해남 7곳 2023년산 위판량 작년보다 16% 줄어

해남에서 가장 많은 양의 물김 위판이 이뤄지는 송지 어란 위판장은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경매가 진행된다. 지난 14일에도 경매시간이 다가오자 물김을 실은 선박이 어란항에 하나둘 입항하고 어민들은 위판장에 물김 샘플을 내려놓고 경매를 기다린다.

오전 11시. 경매사의 호루라기 소리로 전자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참여한 16명의 중매인이 써낸 입찰가 가운데 최고가로 낙찰되는데 건당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낙찰된 어민의 이름과 가격, 물량은 곧바로 위판장 전광판에 뜬다. 이날 경매는 10분 만에 끝났다, 경매에 물김을 내놓은 어민이 1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적은 물량이 경매에 부쳐져 평균 위판가격은 15만원을 웃돌았다. 모두 709포대(한 포대 120㎏)에 달하는 물량에 위판가는 1억1100만원에 달했다. 최고가는 102포대를 경매에 내놓은 유봉표(송지 어란) 씨의 물김으로 포대당 16만31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물김은 생산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붉은갯병이 김 양식장을 오랜 기간 휩쓸면서 엽체가 떨어지고 수온도 적정 수준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위판가는 예년보다 좋았으나 생산량이 감소해 어민 소득은 떨어지고 가공공장도 비싼 물김 가격에 덩달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날 최고가로 낙찰받은 유봉표 씨는 30여 년 전 귀어해 만호해역을 비롯한 4곳의 김 양식 면허지에서 320척(1척은 40m×2m) 규모에서 김을 생산하고 있다. 유 씨는 "올해 김 작황은 높은 수온과 븕은갯병의 여파로 여느 해보다 좋지 않다"면서 "김은 2월 중순에서 3월 초까지 생장이 빨라 수확량도 가장 많은 시기이지만 예년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자가 붙지 않아 김 양식장의 30% 이상이 이미 철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오남 해남수협 어란지점장은 "예년 이때쯤이면 하루 40~50척의 배가 물김 위판을 위해 어란항에 왔으나 오늘은 12척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흉작이다"며 "최근 위판가는 포대당 15만원 안팎으로 예년 10만~11만원보다 높지만 수확량이 워낙 줄어든 탓에 어민들의 소득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윤일봉(60) 해남수협 비상임이사는 28년째 김 양식을 하고 있다. 300척 정도의 양식장에서 매년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올해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윤 이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곱창 김 위판가가 워낙 좋아서 대박이 날 줄 알았는데 갯병이 번지면서 김 포자가 떨어져 나가고 수온이 높아 근래 들어 가장 흉작을 기록할 것 같다"면서 "다른 양식어민보다 낫다고 하지만 250만원 정도인 외국인 근로자 월급 등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빼면 간신히 먹고살 정도"라고 말했다.

해남군수협이 운영하는 7개 물김 위판장의 2023년산 위판실적을 보면 수확량과 위판고가 전년보다 확연히 줄어든 상황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 시작된 물김 위판실적은 이달 15일 현재 26만8915포대(120㎏ 들이)에 347억원을 기록했다. 위판량은 전년 같은 기간(32만585포대)보다 16.1%(5만1670포대), 위판고는 전년 같은 기간(388억원)보다 10.6% (41억원) 줄었다.

정경식 해남수협 상무는 "올해 물김은 붉은갯병이 오래 지속되고 수온이 높아 최근들어 수확량이 예년의 3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민은 수확량이 줄고 가공공장은 물김을 높은 가격에 구입하기 때문에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황이 이처럼 부진하면서 2023년산 물김 위판은 예년보다 다소 빨라진 4월 10일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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