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세계보건경제정책 연구소 이사장)

 
 

다른 지불제도의 모색도 필요하다. 예컨대, 외래부문에 인두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정 주기(예를 들어 1개월, 6개월, 1년)의 예상 의료비용을 선불로 하게 되면, 의료공급자들은 그 의료비용을 효율화하여 사용할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인두제는 1차 의사들이 문지기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이송이 자제되고 대형병원에의 쏠림 현상도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인두제 하에서 등록 환자들은 건강상태가 좋은 사람들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등록 환자가 반반으로 구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경우에는 건강수준이 좋지 않은 등록자들이 대다수일 수 있다. 그러한 경우 환자들을 많이 받아들인 경우에 의료공급자들은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심지어 그러한 환자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 공급자들에게 위험을 반영한 인두제 금액을 지불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위험조정이 이뤄진 인두제 하에서 의료공급자들은 의료공급을 효율화함에 따른 잉여 자금을 보유를 할 수가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인센티브는 의료제공을 효율화하도록 하는 동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두제 하에서도 본인부담은 필요하다. 본인 부담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 초과수요가 존재하여 대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환자들의 불만이 쌓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비자들의 의료이용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법은 본인 부담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정액 공제제, 정률제, 정액제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본인 부담제의 형태 중 어느 제도가 바람직할 것인지의 결정은 각 형태가 의료 이용자 및 의료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 의료이용량만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정액제 형태가 바람직하고 의료이용량 통제와 더불어 의료강도 즉, 의료비용까지 통제하고자 한다면 정률제 형태가 바람직하다. 본인 부담은 불필요한 낭비적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높게 설정하고 그렇지 않은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낮게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중증 질병치료에 보완적인 장비나 치료법, 치료재료,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낮게 설정하고 대체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높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중증 질병치료에 보완적인 의약품에 대한 보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는 치료약이 등장하여 고가인 경우 이에 대한 본인 부담은 높아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 치료기술·치료재료·치료장비를 대체하는 고가의 치료 수단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이 높아야 한다. 예컨대, CT를 대체하는 MRI에 대한 본인부담은 높아야 하는 것이고, 제네릭 의약품을 대체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본인 부담은 높아야 하는 것이다. CT에 대한 본인부담률이 20%라면 MRI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5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또한 적은 액수의 의료비에 대해서는 의료저축계정을 도입하는 것도 의료이용을 효율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예를 들어 의료저축계정은 소액의 의료비에 적용할 수 있고, 높다고 판단되는 본인 부담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향으로의 건강보험 개선안은 건강에 위해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의 낭비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위와 같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효율화 방안의 시행과 더불어 건강보험제도의 건강영향평가 사업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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