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진에 174ha 산지 폐기
출하 못한 320ha 인건비 지원

▲ 지난 7일 문내면 동외리 김찬호 씨 밭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배추 갈아엎기 작업이 진행됐다.
▲ 지난 7일 문내면 동외리 김찬호 씨 밭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배추 갈아엎기 작업이 진행됐다.

문내면 동외리에서 40년 가까이 배추농사를 하는 김찬호(66) 씨.

지난 7일 배추밭 2500평에서 자식 같은 심정으로 애써 가꿔온 배추를 모두 갈아엎었다. 수확도 하지 못한 채 트랙터로 배추를 모두 밀어버리고 비닐도 제거했다.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얼굴에는 대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걱정하는 그늘이 잔뜩 자리잡았다.

김 씨는 중간상인을 통해 한 마지기(100평)에 최고 70만원을 받기로 하고 배추농사를 했는데 가격폭락과 소비 부진으로 상인이 수확을 포기하자 결국 배추밭을 갈아엎게 된 것이다. 수확을 다하고 2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쥐어야 하지만 계약 당시 받은 계약금 700만원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날린 상황이 됐다.

김 씨는 "농자재값과 인건비 등은 다 오른 상황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었는데 수확이 안 되니 1년 농사를 망친 꼴이 됐다"며 "수확해서 생활비 하고 대출금 갚고, 올해 농사도 준비해야 하는데 모든 게 틀어져 결국 다시 대출받아 농사를 지어야 해 빚만 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계약을 해도 농민들이 불리한 조건으로 이뤄져 중간상인이 안 지키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며 "농협에서 계약재배 물량을 크게 늘려주고 자치단체에서도 배추 판매처를 확보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추농가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해남군이 산지 폐기와 포전정리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남군은 정부와 전남도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지난달 12일까지 농가 신청을 받아 174ha에 산지폐기를 확정하고 폐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 농가에는 평당 4400~5000원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김 씨처럼 출하를 하지 못한 농가들을 대상으로 모두 320ha에 대해서는 포전정리 작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배추 제거와 비닐 제거 등과 관련해 트랙터 대여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ha당 165만원이 농가에 지급되고 있다.

산지폐기와 포전정리 참여 농가는 600여 농가에 달하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가을배추의 경우 수확량이 5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절임배추 소비도 지난해 70% 선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군은 앞으로 배추 판매를 다각화하기 위해 수출이나 도매시장 업무협약을 통해 판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 차원에서 배추수입 중단과 생산비 보장, 농협과의 안정적인 계약재배가 확대되지 않는 한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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