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세계보건경제정책 연구소 이사장)

 
 

건강보험재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정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7조 원이던 지출액은 2020년 약 74조 원으로 배로 증가했다. 이에 수입의 증가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지출 규모를 따라가기에 버겁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며, 올해부터 다시 적자를 기록하여 그 규모가 커져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 한다. 정부에서는 고령화와 더불어 그동안 추진된 보장성 강화정책을 재정위기의 주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책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급여항목과 기준을 재점검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항목들에 대해 보험이 확대된 이후 관련 의료비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격관리를 공정하게 하고,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며, 재정 누수에 대한 점검과 비급여관리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의료이용자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의 건전화를 위한 대책은 의료이용자 측면과 의료공급자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에는 의료수요자와 의료공급자의 양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료수요자의 도덕적 해이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건강예방 행위를 덜하여 의료이용 및 의료비를 증가시키고(사전적 도덕적 해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가치가 낮은 의료이용 행위를 늘려 의료비를 증가시키며(사후적 도덕적 해이), 신기술이 보험에 적용될 때 신기술에 대한 이용을 증가시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것(사후적 동학적 도덕적 해이)이다.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는 진료의 양과 강도를 증가시키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공급자가 수요를 유인하여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도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첫째, 약한 형태의 유인행위인데,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의료의 가치보다는 의료의 양과 강도를 증가시키는 행위가 있다.

둘째, 강한 형태의 유인행위인데,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본인부담률의 인상, 진료수가의 인하, 의료공급자 수의 증가 등으로 인해 진료수입의 감소가 예상될 때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공급자들은 수요를 유인한다. 이러한 행위들로 인해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근원은 의료공급자들에게 의료제공의 효율화에 대한 유인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료이용 및 의료제공을 촉진하는 정책이 과감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공급자들의 의료제공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공급 효율화의 주요 수단은 진료비 지불제도이다. 포괄수가제도를 다른 질병에도 확대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포괄수가제도는 의료자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공급자에 의한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재입원율이 늘어나는 등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도 있으므로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감시활동을 해야 한다. 외래로의 대체효과는 바람직할 수 있다. 포괄수가제 하에서의 위험기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위험조정제도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보상이 더 많이 이루어지는 진단군으로 청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시를 이용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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