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2019년이 끝날 무렵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2020년 1월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구촌 구석구석은 코로나 팬데믹 터널에 갇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당연했던 일이 낯설고, 견고하다고 여겼던 것이 흔들리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것까지도 무너져 내렸다.

인류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민족주의, 국가주의, 개인주의를 기초로 하는 시대는 끝이 나는 듯, 모두가 운명 공동체임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하나는 모두가 건강하지 않으면 누구도 건강할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물질주의 혹은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생태적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생태문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자연의 지배는 필연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인간성 파괴를 불러온다는 계몽의 변증법을 요구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인구 가운데 6억 60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700만 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구의 절반이 넘는 2800만 명의 환자와 3만2000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학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 그간의 학습효과 때문에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추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시대를 피할 수 없어 우리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리라고 전망한다.

올해는 동양의 전통적인 10간 12지의 역법에 따라 계묘년 토끼띠의 해다. 사람과 토끼의 공존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덕화리 고분벽화, 신라의 목조 건축물 처마 끝의 무늬기와 수막새, 고려시대 동경, 조선시대는 창덕궁 대조전의 굴뚝과 경복궁 교태전의 석련지에서 토끼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토끼는 동요와 동화, 시, 소설의 문학작품과 특히 판소리 수궁가는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가운데는 '토끼 같은 자식', '놀란 토끼 눈', 혹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다 놓친다'거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와 같이 토끼에 빗댄 말이 많다.

토끼는 비록 작고 연약하지만, 지혜롭고 영리하며 민첩하기까지 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능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더구나 중국의 고사성어 교토삼혈(굴)은 토끼가 위험에 대비해서 세개의 굴을 판다는 뜻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헤쳐나가는 우리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는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난 3년 동안의 강제된 삶에서 우리는 참된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다시 말해 행복은 원트(소유)가 아니고 라이크(즐기는 것)에 있음을 우리는 공감했다.

이제 세상은 변했고, 우리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공존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유포리아(행복감, 다행함을 뜻하는 정신분석학 용어)를 추구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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